추도식실행위, 도쿄도에 추도문 다시 요청
고이케, 도지사 선거 때부터 "송부 없다"
일본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 실행위원회가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에게 또다시 추도문 송부를 요청했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2일 보도했다. 그러나 고이케 지사가 이미 여러 차례 "추도문 송부는 없다"고 밝혀온 만큼 다음 달 1일 열릴 추도식은 8년 연속 도지사 추도문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실행위는 전날 고이케 지사에게 "다음 달 1일 도쿄도 스미다구에서 개최할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내 달라"고 요청하는 서류를 도쿄도에 전달했다.
도쿄도지사 명의 추도문은 2016년까지 전달됐다. '원조 극우'라고 불리는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지사를 비롯해 역대 도지사 모두 추도문을 보냈다. 그러나 관례는 고이케 지사 때부터 깨졌다. 그는 취임 첫해인 2016년에는 추도문을 보냈지만, 2017년부터는 7년째 보내지 않았다. 실행위는 지난해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년을 맞아 고이케 지사에게 추도문 송부를 거듭 요청했지만 고이케 지사는 완강하게 버텼다.
고이케 지사는 올해도 추도문을 보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진행된 도쿄도지사 선거 운동 기간 여러 차례 "당선돼도 보내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6월 19일 선거를 앞두고 열린 도지사 후보자 공동 기자회견에서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참석하거나 추도문을 보낼 것인가'라는 질문에 "(도쿄도 위령협회 주최 행사에서) 간토대지진 희생자 모든 분을 위해 마음을 표시하고 있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아사히신문이 선거 전인 지난달 2일 도지사 후보들에게 추도문 송부 여부를 물었는데, 고이케 지사는 이때도 "(송부 불허)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실행위는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을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실행위 관계자는 전날 도쿄도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연재해로 목숨을 잃은 사람과 인종차별, 편견에 의해 목숨을 잃은 사람에 대한 추도의 의미는 다르다"며 "이들을 하나로 묶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간토대지진은 일본 간토 지방에서 1923년 9월 1일 발생했다. 일본 정부는 당시 10만여 명이 사망하며 혼란에 빠지자 계엄령을 선포했다. 그런데 일본 사회에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인이 불을 지르고 다닌다' 같은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조선인들이 살해됐다. 살해된 조선인은 약 6,000명으로 추산된다.
일본 학계와 시민사회는 일본 정부에 조선인 학살 관련 사실을 인정하고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줄곧 이를 거부하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