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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수와 부사수의 충돌... 신하균·장나라가 보여주는 '미생'

입력
2024.08.04 15: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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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드라마 '감사합니다'·'굿파트너', 해체를 위한 협력

편집자주

K컬처의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김윤하, 복길 두 대중문화 평론가가 콘텐츠와 산업을 가로질러 격주로 살펴봅니다.

드라마 '감사합니다' 속 신하균(왼쪽)과 '굿파트너' 속 장나라의 모습. tvN·SBS 제공

드라마 '감사합니다' 속 신하균(왼쪽)과 '굿파트너' 속 장나라의 모습. tvN·SBS 제공

지난달 방송을 시작한 tvN 드라마 '감사합니다'와 SBS 드라마 '굿파트너'는 직장 내 사수와 부사수가 겪는 갈등을 그린 오피스물이다. '감사합니다'는 감사팀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모든 회사 직원을 믿는 신입 구한수(이정하)가 부패한 기업을 옮겨 다니며 ‘감사 용병’을 자처하는 신차일(신하균)을 만나 감사란 업무의 본질을 깨닫고, 나아가 서로에게 결여된 부분을 채워 주는 성장을 보여준다. '굿파트너'는 승소율과 인지도 모두 높은 ‘이혼계의 스타 변호사’ 차은경(장나라)과 재판에서 이기는 것보다 자신의 정의와 소신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믿는 새내기 변호사 한유리(남지현)의 대비를 통해 직업적 성공에 필요한 가치와 그로 인해 필연적으로 훼손되는 신념이 무엇인지를 살핀다.

두 작품은 모두 감사라는 업무와 이혼이라는 분야로 흥미를 유발한다. '감사합니다'는 오너 일가 형제의 경영권 전쟁이 한창인 기업을 배경으로 암행어사 같은 ‘감사꾼’ 신차일을 통해 건설업계에 만연한 부패, 보수적 문화, 열악한 노동 환경 등을 파헤친다. '굿파트너'는 수천 건의 이혼 소송을 맡는 국내 최대 로펌의 이혼 변호사 차은경을 통해 한 가정의 파탄을 두고 ‘견적’을 내고 그것이 실적과 성공으로 이어지는 흔치 않은 상황을 경험하게 한다.

드라마 '감사합니다'에서 감사팀 사수 신차일(신하균·오른쪽)과 부사수 구한수(이정하)는 번번이 충돌한다. tvN 방송 캡처

드라마 '감사합니다'에서 감사팀 사수 신차일(신하균·오른쪽)과 부사수 구한수(이정하)는 번번이 충돌한다. tvN 방송 캡처

두 드라마의 화두인 감사와 이혼은 조직과 가정을 해체해야만 가능하다는 측면을 공유한다. 두 작품 속 사수와 부사수는 끊임없이 갈등 상황에 놓인다. 신차일은 근무 첫날부터 팀원들을 소집해 이미 종결된 ‘건설 현장 크레인 추락 사건’ 재조사를 지시한 후, 직접 현장을 찾아 관련자들을 추궁해 사건에 임원진의 이권이 개입돼 있음을 밝혀낸다. 그 과정에서 신입인 구한수는 직원들을 협박해 위험천만한 상황을 만들고 어떠한 연민도 발휘하지 않는 신차일을 보며 경멸을 느끼지만, 자신이 믿고 있던 동료와 조직의 부패를 확인하고는 ‘감사’라는 해체 업무에 호기심을 갖게 된다.

드라마 '굿파트너'에서 차은경(장나라·왼쪽) 변호사와 신입 한유리(남지현) 변호사는 일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 갈등을 빚는다. SBS 제공

드라마 '굿파트너'에서 차은경(장나라·왼쪽) 변호사와 신입 한유리(남지현) 변호사는 일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 갈등을 빚는다. SBS 제공

'굿파트너'의 한유리 또한 이혼 당사자들이 가진 사연과 책임의 무게와 관계없이 승소하는 것에만 몰두하는 차은경의 모습을 보며 그에게서 ‘아무것도 배울 점이 없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오랜 시간 반복된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해 감정적으로 나서다 오히려 원망을 듣는 경험을 하면서 한유리는 자신의 신념이 훼손되더라도 의뢰인을 위해 기다리고 끝까지 거리를 유지할 줄 알아야 한다는 차은경의 말을 이해하게 된다. 그로 인해 한유리는 ‘이혼 소송’이라는 업무가 관계를 종결하는 삭막한 일이 아니라 의뢰인들의 삶에 또 다른 시작점을 마련하는 중대한 임무라는 것을 깨닫는다.

'감사합니다'와 '굿파트너'는 방영 초기, 신입인 구한수와 한유리 캐릭터를 답답하게 여기는 반응들이 존재했다. 시청자의 눈엔 신차일과 차은경에게 구한수와 한유리는 질척거리는 감정을 호소하며 일에 훼방을 놓는 어리숙한 애송이처럼 비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봇 같은 신차일에게도 감정을 앞세우다 본인과 본인의 주변 사람이 다친 과거가 있다. 수천 건의 이혼 소송을 진행한 차은경 역시 정작 자신의 이혼 위기 앞에서 아무런 용기도 내지 못한다. 두 작품은 비인간적으로 보였던 두 시니어의 삶을 신입의 모습과 나란히 놓으며 신입을 탓하던 시청자의 입에서 영원한 숙련자도 영원한 초보자도 존재하지 않음을 말하게 한다.

복길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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