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80%대 지지, 누적득표율 86.97%로
"이재명 외 대안 있느냐" 대세론 옹호
"다양성 실종" "일극체제" 일각 우려도
김민석 1위로 역전, 민형배 당선권 진입
양부남, 강위원 누르고 광주시당위원장에
"일극체제는 강력한 리더십의 다른 말 아닌가요? 이재명 대표 말고 다른 대안이 있나요?"(50대 권리당원)
"혼자 다 하는 건, 이재명 대표한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봐 걱정입니다." (60대 권리당원)
더불어민주당의 '심장'인 호남에서도 이재명 대세론은 굳건했다. 다만 직전까지 누적 득표율 90%를 돌파하며 '구대명'(90%이상 득표율로 대표는 이재명)으로 내달리던 기세는 주춤했다. 반면 김두관 후보는 모처럼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민주당의 주요 국면마다 전략적 선택을 해온 호남 민심이 이재명 일극체제에 따른 우려와 한계에 대해 선제적으로 경고장을 날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①호남은 왜 '구대명'을 허락하지 않았나
이재명 후보는 3, 4일 '호남 슈퍼위크'에서 80%대의 득표율(전북 84.79%, 광주 83.61%, 전남 82.48%)로 대승을 거둬 '연임' 가도에 쐐기를 박았다. 호남은 전체 권리당원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민주당의 텃밭이다.
이 후보는 여전히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득표율로만 단순 비교하면 대구·경북(94.73%), 부산(92.08%), 울산(90.56%) 등 앞선 지역들과 달랐다. 90.41%이던 누적 득표율은 86.97%로 낮아졌다. 줄곧 한 자릿수 득표율에 그치던 김 후보는 전북(13.32%), 광주(14.56%), 전남(15.66%)에서 두 자릿수로 올라서며 나름 선전했다.
호남은 왜 민주당 차기 대선주자에게 '구대명'을 허락하지 않았을까.
이재명을 바라보는 호남 민심은 기대와 우려가 섞여 있었다.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만난 권리당원 이영기(70)씨는 "다양성은 민주주의 핵심 원리이고, 민주당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이라며 "그런 우려가 있기 때문에 김두관 후보가 광주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의원 이모(62)씨는 "'개딸'들의 마음만 얻어서는 중도층을 얻을 수 없다"면서 "이대로 가면 지방선거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21)씨는 "최고위원 후보들도 이재명의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이재명 당'이라는 색채가 짙어져 다양성을 존중했던 민주당의 전통성을 잃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반면 인천에서 이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호남에 왔다는 60대 여성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체제일 때는 일극체제가 아니었느냐"며 "그건 비판을 위한 비판 수준도 아니고 그냥 이 후보를 욕하고 싶은 것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이재명 이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점에서 당원들의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 후보가 이날 연설회에서 "당대표가 되면 이 후보를 비롯해 많은 차기 대권주자를 키우겠다"며 김부겸 전 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경수 전 경남지사, 박용진 전 의원 등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을 언급하자 청중이 야유를 보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변함없이 높은 지지율 보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짧게 답했다. 김 후보는 "지지율이 워낙 한쪽으로 쏠려 당원들이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 의미 있는 지지를 해줬다"고 자평했다.
②김민석 역전 성공… 순위 뒤바뀐 최고위원 선거
최고위원 선거는 엎치락뒤치락 대혼전이다. 호남 경선에선 이 후보의 러닝메이트 격인 김민석 후보가 명심을 등에 업고 누적 득표율 17.58%를 기록, 정봉주 후보를 제치고 처음으로 선두로 치고 나갔다. 광주 광산을이 지역구인 민형배 후보는 호남 표를 싹쓸이하며 꼴찌에서 단숨에 당선권인 5위에 올라섰다. 한준호 후보는 전날 고향인 전북 경선에서 21.27%의 득표율로 깜짝 1위를 차지하며 3위를 꿰찼다. 이날까지 누적 득표율은 김민석(17.58%), 정봉주(15.61%), 한준호(13.81%), 전현희(12.59%), 민형배(12.31%), 김병주(11.82%), 이언주(11.17%), 강선우(5.12%) 순이다. 8명 가운데 상위 5명이 최고위원에 선출된다.
③현역 조직력에 밀려난 강성 친명 모임 혁신회의
광주시당 위원장에는 친명계 '현역'인 양부남 의원이 선출됐다. 친명계 대표 원외 강성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강위원 대표가 기득권 구태 타파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현역 의원의 조직력에는 역부족이었다. 시도당 위원장은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하는 막강한 자리다.
지역 정가에선 친명계 최대 계파가 고배를 마신 것을 두고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반감과 연관 짓는 분석도 나온다. 김두관 후보는 혁신회의를 과거 군사정권 시절 하나회에 빗대며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에 혁신회의는 "시대착오를 넘어 역사 인식 부재와 당원 모독"이라며 공식 사과를 요구해 향후 갈등을 예고했다. 이재명 후보는 "민주 정당에서 의견이 다양할 수 있다"면서 "김두관 후보의 생각이 '그런가 보다' 해야 할 것"이라고 거리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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