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인천 서구 청라동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1,500여 가구의 일상을 한순간에 마비시켰다. 지하 1층에 주차돼 있던 전기차에서 시작된 불은 주변 차량 40여 대를 전소시켰고 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치솟는 불길과 뿜어져 나오는 유독 가스에 20여 명은 병원 신세를 졌다.
이날 사고는 전기차 화재의 위험성을 다시 보여줬다. 불은 소방당국이 출동한 후 8시간이나 지나서야 겨우 진압됐다.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일단 불이 붙으면 더 많은 열을 만드는 열폭주가 순식간에 일어나 일반 소화기론 끌 수 없다. 전기차 주변에 물막이판을 설치한 후 배터리 높이까지 물을 채워 불을 끄는 소화수조를 써야 하나 지하에선 거의 무용지물이다. 사실 대부분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은 소방차가 진입하거나 접근하는 것조차 힘들어 화재에 취약한 구조다.
전기차 화재는 매년 늘고 있다. 2018년엔 3건이었으나 2022년 43건에 이어 지난해엔 72건까지 급증했다. 지난해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도 10건이나 됐다. 그러나 전기차 화재를 예방하고 지하 주차장 안전을 담보할 관련 법은 전무한 상태다. 일부 지자체가 조례를 제정하고 소방청도 전기차 화재 대응 매뉴얼을 배포하고 나섰지만 강제력은 없다.
지난 6월에도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공장 화재 시 배터리 열폭주로 무려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기차와 배터리 사용이 늘면서 유사한 사고 위험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화재를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안전 기준과 규제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하 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 시설을 지상으로 옮기거나, 주변에 안전 설비를 갖추도록 의무화하는 게 시급하다. 감지센서나 카메라를 통해 24시간 살피고 방화 구획을 촘촘히 나누는 한편 특수 소방 장비를 확충하는 것도 필요하다. 향후 피해 보상을 둘러싼 분쟁에 대비,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도 요구된다. 전기차 화재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서둘러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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