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뒤 폭염에 커지는 먹거리 물가 불안
수박, 평년보다 50% 비싸...채소도 마찬가지
기상청 "14일까지 찜통더위" 예보에 농가 한숨
폭우가 지나간 후 숨이 턱턱 막히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농산물 가격이 평년보다 큰 폭으로 치솟고 있다. 가축이 25만 마리 넘게 폐사하는 등 '습식 사우나' 같은 날씨가 밥상물가도 위협하고 있다.
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주요 농산물의 8월 첫 주 가격이 일제히 뛰었다. 제철과일 수박 1개 도매가격은 2만7,230원으로 평년(1만7,987원)보다 51.4%나 올랐고, 무 20㎏도 2만3,710원으로 2만 원을 웃돌며 평년(1만4,128원)보다 67.8%나 뛰었다. 7월 내내 이어진 역대급 폭우로 피해를 크게 입은 잎채소류의 상승 폭은 더 컸다. 적상추 가격(4㎏, 5만8,720원)은 평년(2만4,500원)보다 2배 비싸다. 배추(50.9%), 오이(16.9%) 등 주요 채소류 가격도 예외 없이 10% 이상 치솟았다.
유일하게 복숭아 백도(4㎏)만 평년 대비 가격이 6.1% 하락했지만, 이 역시 날씨 탓에 수확시기가 앞당겨진 영향이 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8월 전망에서 “복숭아는 지속된 고온으로 수확시기가 빨라졌지만, 장마철 강우로 당도 등 품질이 저하됐다”고 밝혔다.
약 2주 뒤에 반영되는 소비자 판매가격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소한 이달 14일까지 찜통더위가 이어지는 등 폭염이 계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폭우 후 고온다습한 찜통 같은 환경은 농산물에도 좋지 않다”며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병해충이 확산하고 번식하기 좋은 습한 토양에서 무름병, 뿌리썩음병 등이 생기기 쉽다”고 설명했다.
고온 다습한 환경은 가축에도 좋지 않아 축산농가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1일 기준 △돼지 2만1,603마리 △가금류 23만5,880마리 △양식 넙치 5,867마리 등 총 25만7,483마리가 폐사했다. 특히 땀샘이 없어 스스로 체온을 낮추지 못하는 닭과 돼지는 폭염에 취약하다. 한 육계농장 관계자는 “올해 여름처럼 닭 키우기 힘든 적이 없었다”며 “아무리 선풍기를 돌려도 계사 내부의 열기가 쉽게 빠지지 않고 있어 스트레스 완화제만 연신 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계란을 낳는 산란계의 산란율 저하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2일 경기 포천축협 계란유통센터를 찾아 “올해 7월 일평균 계란 생산량은 4,742만 개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8% 증가했지만, 고온 다습한 환경이 지속되면서 공급감소가 우려되고 있다”며 “추가 폭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붕 물 살포, 시설 내 환기 등 관리를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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