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포스텍·삼성SDI, 국제학술지 발표
셀 내부서 발열반응 자가증폭 반복 확인
국내 연구진이 전기차 배터리의 ‘열폭주’ 현상 발생 원인을 처음으로 밝혀내고 이를 제어할 새로운 공법을 제시했다. 지난 1일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차량 72대가 전소되면서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향후 배터리 화재나 폭발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대는 임종우 화학부 교수 연구진과 김원배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 연구진, 삼성SDI 연구진이 공동으로 전기차 배터리 화재에서 온도가 급격히 치솟는 열폭주 현상의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이를 제어할 코팅 기술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1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의 표지 논문으로 공개됐다.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 이차전지는 에너지 밀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화재가 났을 때 배터리 온도가 수 초 안에 1,000도 넘게 치솟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해 대형 사고의 위험이 크다. 특히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이 가장 핵심적으로 공급을 추진하는 '하이니켈'(High-Nickel) 양극재는 배터리 용량이 크지만 열 안전성이 낮아 화재·폭발 예방이 과제로 꼽힌다. 인천 전기차 대형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중국산 '니켈·망간·코발트(NMC) 811' 배터리도 하이니켈 배터리다. 열폭주는 밀폐된 배터리 셀(cell) 안에서 짧은 시간에 일어나는 만큼 화학반응 분석조차 쉽지 않아 그간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못했다.
연구진은 방사광 가속기를 사용한 엑스(X)선 회절 기법과 질량 분석 등을 활용해 배터리 셀 내부의 화학 반응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관찰 결과 열폭주 초기에 음극 재료인 흑연에서 발생한 에틸렌 가스가 하이니켈 양극재로 이동해 산소 발생을 촉진하고, 이 산소가 다시 양극으로 돌아와 에틸렌을 형성하는 순환이 확인됐다. 생성물이 다시 반응물을 만들어내며 스스로 반응을 계속 증폭시키는(자가증폭루프)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발생한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음극 표면에 굳어져 나온 리튬과 반응하면서 온도를 급격히 상승시킨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열폭주 현상을 막으려면 자가증폭루프에 따른 에틸렌 가스나 산소 발생을 억제하면 된다. 이에 연구진은 배터리 음극 표면에 고품질의 알루미나(산화알루미늄)를 코팅하는 방법을 개발했고, 코팅 결과 열폭주를 막을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니켈 함량이 높은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성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임 교수는 “이전 연구들은 기술적 한계로 음극과 양극을 각각 따로 연구했지만, 이번 연구에선 그 한계를 극복하고 음·양극을 모두 분석하면서 열폭주 메커니즘을 알아낼 수 있었다"며 "앞으로 산업 현장의 열폭주 억제 엔지니어링 공법도 더욱 체계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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