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조직개편 ②수사권 조정에 업무 과중
③실적 ④고소·고발 반려제도 원인 꼽혀
"수사과 사서 고생" 내부 기피 분위기도
수사 부서는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높지 않아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싶어 지원하는 경찰관들이 있죠. 그런데 막상 들어갔다가 업무량이 너무 많아 대부분 다 나오더라고요.
얼마 전까지 서울 관악경찰서 수사과에서 일했던 경찰관이 7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수사 부서 기피 현상의 원인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관련한 비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8일 관악서 수사과 소속 송모(31) 경위가 숨진 채 발견된 데 이어 같은 달 26일 서울 혜화경찰서와 경남 양산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구조됐다. 이들 대부분 업무 과중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부서에 몸담았던 경찰관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업무 부담이 커진 원인으로 ①조직개편 ②검경수사권 조정 ③실적 압박 ④고소·고발 반려제도 등이 꼽힌다.
경찰은 지난해 잇따라 발생한 흉악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2월 4,000여 명 규모의 시도경찰청 직속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를 신설했다. 최근까지 일선서 수사과 지능팀 팀장으로 근무했던 A씨는 "경찰서에서 각 과에 최소 인원만 남기고 나머지는 (순찰대와 기동대로) 보냈는데 수사 쪽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 차출됐다"고 밝혔다.
검경수사권 조정도 부담이다. 2021년 수사권 조정으로 부패·경제범죄 등 2대 범죄를 제외한 수사개시권이 경찰에 이관돼 업무가 몰린다는 것이다. 실제 수사권 조정 이전인 2019년에 50.4일이던 경찰의 평균 사건 처리 기간은 올 상반기 59.1일로 20%가량 늘었다. 지방 일선서 수사과 팀장 B씨는 "수사권 조정 이후 체감상 20~30% 일이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실적·성과주의 압박도 여전하다. A씨는 "경찰서에서 장기 사건이 많이 쌓인 직원들 명단을 만들어 인사 때 내보내야 한다며 겁박을 주기도 했다"며 "과거엔 선배들 밑에서 쉬운 사건부터 맡으면서 배워갔다면 이제는 선배도 후배를 챙길 시간조차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근까지 서울 일선서 수사과에서 일한 C씨는 "경제 수사는 대부분 사건이 복잡해 정해진 기한 안에 못 끝내 장기 사건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올해 유난히 서울청에서 장기 사건 처리 압박이 심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고소·고발 반려제도 폐지도 영향을 미쳤다. 고소·고발장을 접수하면 사건 경중과 관계없이 모두 받아서 수사를 종결해야 해 처리할 일이 많아졌다고 한다. B씨는 "실제 접수되는 고소·고발 사건의 10~20%는 범죄 성립이 안 돼 반려해야 하는 고소장"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5월 고소·고발 건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증가했다.
자연스레 경찰관들은 수사 부서를 피하고 이는 결국 수사 역량 약화로 이어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C씨는 "수사 부서를 지원하려던 한 동료가 최근 연이은 비극적인 사건 소식을 접하고 마음을 접었다"고 털어놨다. 서울 일선서 20대 D경위는 "수사 부서에 근무하기 위한 요건인 수사경과 자격을 취득한다고 하면 요즘엔 사서 고생한다라는 얘기를 듣는 게 현실"이라고 씁쓸해했다.
경찰청도 대안 마련에 나섰다. 현장근무여건 실태진단팀을 꾸려 일선 현장의 구조적 문제점을 살펴보고, 근무여건 개선 등 사기 진작을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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