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음반 수출액 9년 만에 줄고
음반 판매량도 15% 감소, 왜?
초동 판매 경쟁, 밀어내기 등 악습 줄고
중국 팬들 앨범 공구 감소도 영향
국내외 K팝 콘서트 매출은 급증
K팝은 이제 내리막길일까, 여전히 성장 중일까.
올해 상반기 K팝 매출이 사상 최초로 1조 원을 돌파했지만 음반 수출액은 9년 만에 감소한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음반 인플레이션’의 거품이 빠진 결과라는 해석과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콘서트 매출이 급증하면서 K팝 팬들의 음반 소비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이라는 시각이 엇갈린다.
음반 수출액 9년 만에 감소... 2023년 상반기 대비 2.3% 줄어
6일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6월 음반(CD, LP) 수출액은 1억3,161만 달러(약 1,813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 감소했다. 상반기 기준 음반 수출액의 성장 그래프가 꺾인 건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음반 수출액은 2015년(1,286만 달러) 이후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며 8년 만에 10배가 넘는 성장세를 나타냈다.
국내 음반 유통사의 출하량(수출량 포함)에서 반품량을 뺀 수치를 집계하는 서클차트에 따르면, 상반기 음반 판매량 1~400위 앨범의 누적 판매량은 약 4,760만 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800만 장(14.9%)이 감소했다.
여기엔 여러 요인이 있다. 김진우 서클차트 수석연구위원은 “①신곡의 차트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한 기획사와 팬들의 초동(발매 직후 일주일간 판매량) 경쟁이 줄고 ②음반을 구입해야 입장할 수 있는 팬사인회 참여 열기가 식으면서 거품이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팬 한 명이 수십~수백 장의 CD를 사는 문화가 다소 꺾였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또 “③중국의 앨범 대량 공동구매가 줄고 ④코로나19 봉쇄가 풀려 팬들의 콘서트 관련 지출이 늘어난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팬사인회 등의 이벤트가 줄어든 것에는 해외 활동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인기 그룹들의 해외 공연은 늘어난 반면 음반 판매량은 크게 감소했다. 세븐틴은 지난해 상반기 509만 장에서 297만 장으로, 제로베이스원은 213만 장에서 135만 장으로, 아이브는 161만 장에서 132만 장으로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국내 콘서트 매출은 60% 증가..."올해도 K팝 매출은 계속 오를 것"
K팝의 세계적 열풍을 이끈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의 활동 중단으로 인한 일시적 판매량 정체로 보는 견해도 있다. 한 대형기획사 임원은 “두 그룹의 활동 중단과 그로 인한 낙수효과 감소, CD 대신 다른 매체를 소비하는 팬들의 소비 방식 변화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K팝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했다. 업계 전망도 낙관적이다. 콘서트 매출과 스트리밍 매출이 크게 늘고 있어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K팝 음반류 상품 수출액은 3,83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1%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해외 콘서트 매출은 5,885억 원으로 전년 대비 59.8% 증가했다. 해외 스트리밍 매출은 2,099억 원에서 2,603억 원으로 24% 늘었다. 팬데믹 기간 CD 구매에 집중됐던 K팝 소비가 콘서트 관람, 기획상품 구매 등으로 다양해지고 대중의 K팝 청취가 늘면서 스트리밍 음원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콘서트 시장도 커졌다. 최근 예술경영지원센터가 공개한 ‘2024년 상반기 공연시장 티켓 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중음악 공연 티켓 판매액은 약 3,008억5,000만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57.5% 늘었다. 음반 판매량 감소를 상쇄할 만큼 콘서트 매출이 성장한 셈이다. 오시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기성 그룹과 최근 데뷔한 그룹이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어서 K팝의 해외 매출액은 올해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면서도 “K팝의 해외 인기가 계속되려면 콘텐츠 획일화, 음반 판매에 치중한 마케팅 전략 등의 문제를 개선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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