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한국국방기술학회 공동 기획]
전쟁 중 드론에 최적화한 이차전지 중요
전장 상황 자동 업데이트 시스템도 필요
수천대 군집 드론이 자체 임무 수행해야
"아무리 드론 운용 기술이 개발돼도 극한의 환경에서 버틸 수 있는 이차전지(배터리) 같은 하드웨어가 없다면 전장에서 쓰일 수 없다." (김일중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제조AI빅데이터 센터장·책임교수)
"국방 영역은 특히 실시간 데이터가 중요하다. 드론이 전장에서 작전을 수행하면서 빠른 속도로 감지된 정보를 분석해 네트워크로 업데이트하는 리얼타임 인공지능(AI) 기술이 핵심이다." (서동진 휴렛팩커드 상무)
"국방 분야에 군집 드론 활용은 필수다. 드론 수가 많을수록 통제소에서 인간이 실시간 대규모 데이터를 다 처리할 수 없다. AI가 이를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김용덕 국방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
한국일보와 한국국방기술학회 공동 기획으로 7일 서울 노원구 광운대 80주년 기념관에서 ‘국방 분야 AI와 무인기(드론)’를 주제로 열린 ‘국방기술 혁신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군사용 드론 활용을 뒷받침할 핵심 기술들의 개발 현황과 발전 방향을 보여줬다. '드론 전쟁' 현실화로 우리 군이 준비해야 할 드론 기술이 명확해졌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김일중 교수는 고성능 군사용 드론에는 이차전지 기술이 중요하고, 이를 개발하기 위해 군수 제조 과정에 AI 도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우리 군도 지상 전력의 30%를 드론으로 확보하려면 대규모 드론들의 에너지원이 안정적이어야 한다"며 "고밀도의 친환경 이차전지 기술이 필요한데, 특히 드론 설계가 목적에 맞춰 최적화하지 않으면 자체 화재가 발생해 군사 목적 달성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계에선 전시 데이터와 제조 프로세스를 결합한 차세대 AI 모델이 향후 드론 전쟁 경쟁력에 차별화를 가져올 거란 전망이 나온다. 김 교수는 "현장과 제조의 데이터를 동기화하는 AI 시스템을 적용하면 전장에서 필요한 최적의 드론을 설계할 수 있다"면서 "중소 방산 제조기업 현장에도 디지털화를 통한 AI가 적용돼 하나의 빅데이터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방산 제조 현장에서 AI 도입 문턱을 대폭 낮춰야 한다는 의미다.
AI나 드론 기반의 군사력을 강화하는 데는 슈퍼컴퓨팅 기술이 필수다. 서동진 상무는 "5, 6년 전만 해도 군용 드론 개발의 시행착오와 비용을 줄이는 목적으로 슈퍼컴퓨팅이 쓰였지만, 지금은 전장 상황에 맞춰 실시간으로 드론을 업데이트하는 시스템 구축용으로 더욱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전쟁은 24시간 벌어지기 때문에 데이터 수집, 분석, 탑재가 순차적으로 구분되지 못한다. 때문에 AI가 슈퍼컴퓨팅을 통해 자동으로 실시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 상무는 "빠르게 슈퍼컴퓨팅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떤 목적으로 쓸지에 따라 분류된 데이터를 중심으로 시작해 기존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표준 아키텍처(설계)를 따르는 게 효율적"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김용덕 책임연구원은 1,517개 이상의 군집 드론을 운용한 연구와 시연 결과를 소개했다. 앞으로는 수천 대의 드론이 함께 움직이며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데, 각 드론의 모든 움직임에 별도로 시나리오를 부여할 수 없는 만큼 자율 임무 수행 기술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1,000여 개의 군집 드론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이동하며, 일부가 파손되더라도 나머지 드론들끼리 임무를 성공시키려면 AI가 군집 정보를 빠르게 해석해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해야 한다"며 "여러 드론이 강화학습을 통해 가상 기술을 시연한 연구 결과가 실제 현장에서 운용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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