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두 차례 발의했다가 폐기된 '채 상병 특검법'을 어제 재발의했다. 우격다짐식 세 번째 특검법 발의에 국민의힘은 예상대로 즉각 반발했다. 수해 실종자 수색 도중 목숨을 잃은 젊은 해병을 두고 1년 넘게 공방만 벌이는 정치에 국민 인내심은 한계에 이르고 있다. 이번엔 합의 처리를 통해 '다수 야당의 강행 처리 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라는 무한 정쟁을 반복해선 안 될 것이다.
민주당의 세 번째 특검법안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수사 대상으로 추가됐다.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검 수사에 대한 방해행위도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제3자 추천' 방안은 반영되지 않았다. 여권의 아킬레스건인 김 여사를 수사 대상에 적시해 용산을 겨냥하는 한편, 한 대표의 제3자 추천 방안에는 수용 여지를 두면서 여당을 압박하겠다는 계산이다.
국민의힘은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해 "공익 제보를 위한 정치 공작까지 추가했다"고 반발한다. 그러나 특검법 반대만 외치는 동안 제보를 통해 드러난 추가 의혹은 여권이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에는 국민의힘이 언급한 대로 제3자 추천 방식의 특검법을 발의, 한 대표의 진의를 입증하면서 협상을 주도하는 전향적 태도가 필요하다. 여야 협상은 '올 오어 나싱'(승자독식) 게임이 아니다. 협상을 통해 민주당 특검법의 과도한 조항을 절충하면서 용산과 친윤계의 우려를 불식하는 정치력을 보여줘야 한다.
때마침 여야는 8월 임시국회에서 이른바 '구하라법'과 간호법 등 비쟁점 법안 처리에 뜻을 모았다. 이러한 대화 분위기를 동력 삼아 다수 국민이 지지하는 채 상병 특검법 수정안에 대한 논의와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채 상병 특검법을 여야 합의로 처리한다면 협치의 교두보는 자연스럽게 마련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수사의 결과에 대해서도 여야는 물론 다수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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