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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 찾아야, 4년만에 사라진 '열린우리당' 운명 피한다

입력
2024.08.12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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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국민의힘의 새로운 길

편집자주

국민의힘이 지리멸렬이다. 대통령에 할 말 못하고,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에 밀리면서 민심을 정책에 반영하는 집권당 위상을 잃은 지 오래다. 총선 민심의 호된 심판에도 오만과 불통, 내분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진보, 민주당을 말하다>로 야당 혁신을 따갑게 주문했던 것처럼, ‘국민의힘,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 보수인사 4인의 진단과 해법을 연재한다.


민주당 계열 뒤따르는 보수정당
수도권 청년정치인에 역할 줘야
대통령 추종말고 역량 강화해야

새로 들어선 국민의힘 새 지도부는 수도권에서 청년 정치인의 과감한 등용 등 품격있는 보수의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지난달 23일 한동훈(왼쪽 세번째) 당대표 당선자가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당기 인수 후 최고위원 당선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전, 장동혁 최고위원, 한동훈 당대표, 김재원 최고위원, 진종오 청년최고위원. 연합뉴스

새로 들어선 국민의힘 새 지도부는 수도권에서 청년 정치인의 과감한 등용 등 품격있는 보수의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지난달 23일 한동훈(왼쪽 세번째) 당대표 당선자가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당기 인수 후 최고위원 당선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전, 장동혁 최고위원, 한동훈 당대표, 김재원 최고위원, 진종오 청년최고위원. 연합뉴스

보수정당으로서 국민의힘은 민주화 이후 세 번 옷을 갈아 입었다. 물론 당의 이름을 바꾸거나 소소한 변화까지 따지자면 훨씬 많겠지만, 공식적으로 새로운 정당으로 인식되는 신설 합당 형식의 재창당만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1990년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의 3당이 합당하여 민주자유당으로, 1997년 대선을 앞두고는 신한국당, 통합민주당이 합쳐 한나라당으로, 그리고 2020년 총선 직전에는 자유한국당, 새로운보수당, 미래를향한전진4.0, 일부 시민세력 등이 미래통합당으로 뭉쳤다.

정당 자체의 안정성만 놓고 보자면, 미래통합당 이후의 보수정당이 가장 취약해 보인다. 불과 4년 남짓한 동안 당의 대표자는 무려 16번 바뀌었다. 1년에 평균 네 번 꼴이니,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바뀐 셈이다. 전당대회로 선출된 당대표가 3명 있었지만,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비슷한 기간 당 대표가 11번 바뀌었던 과거의 열린우리당보다도 더 심한 것이다.

그래픽=신동준기자

그래픽=신동준기자

어쩌면 국민의힘은 예전 민주당 계열 정당의 모습을 반 박자 늦게 뒤따라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세가 불리해지면 당이 핵분열하여 일부 시민세력과 헤쳐모여를 시도했던 2011년 민주통합당, 잇따른 선거 패배로 리더십 붕괴와 비대위 체제를 오갔던 노무현 정부 시절의 열린우리당, ‘젊은 피’ 수혈을 내세우며 외부인재 영입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했던 2000년 새천년민주당, 더 가까이는 온라인 당원을 비롯한 팬덤정치로 당내 권력지형을 재편 중인 지금 더불어민주당 사례까지.

사실상 거대 양당만이 선거정치와 의회정치를 주도하는 정치 환경에서 정당 간에 서로 유사하게 수렴하는 모습은 정상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수렴이 하향 평준화로 귀결돼서는 곤란하다. 보수 정당으로서의 고유한 특색과 장점을 사장시킨 채 무턱대고 ‘남의 집’을 흉내내서는 ‘오래가는 맛집’으로 자리잡기 힘들다. 국민의힘은 품격있는 보수정치의 길을 열어가는 믿을 만한 정당이 돼야 한다. 그것이 ‘당대표’ 한동훈에게 주어진 과제일 것이다.

그래픽=신동준기자

그래픽=신동준기자

그런데 인재영입위원회를 상설화하고 강화하겠다는 한 대표의 당무와 관련된 사실상의 첫 지시는 좋은 선택이라고 보기 어렵다. 인재영입 위주의 당 운영은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줬던 패턴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국민의힘은 그동안 주인없는 조직이었다. 선거가 다가오면 외부에서 사람들을 데려와 후보로 만들고, 무작위로 여론조사를 돌려 공천을 결정해왔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애정을 가지고 당을 가꿔 나갈 사람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어떤 인재를 ‘영입’해오느냐 문제보다는 그 인재가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춘 정당인지가 더 본질적이고 중요한 문제이다. 따라서 지구당 부활 혹은 건전한 정당활동이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고 이를 내실있는 당 운영과 연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총선 때 영입됐다가 대거 낙선한 수도권의 청년 정치인들이 원외 당협위원장 신분으로도 정치를 계속할 수 있어야, 중수청(중도층, 수도권, 청년) 전략이 유효해진다. 아마도 ‘당대표’ 한동훈은 일상적 당무가 선거나 비상시의 그것보다 훨씬 더 힘들다는 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 정도로 한국에서 정당정치의 토대는 사실상 붕괴 직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집권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박사급 인력이 단 2명이라는 사실은 그것의 한 예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정당이 대의제 정치의 핵심 기관이라는 사실은 현대 민주주의가 지속되는 한 변할 수 없는 명제다. 정당이 정권을 만들어내며 국정운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고, 사실상 대통령에 의해 지배되었기 때문에 지난 총선에서 심판당했다. 용산이나 행정부 관료들이 던지는 의제를 충실히 뒷받하는 게 아니라 당이 민생과 정치를 주도해 나가야 ‘집권여당’이라 불릴 수 있다.

극단적인 팬덤형 지지자들이 당의 주인 노릇을 해서도 안 된다. 근본적으로 인간의 불완전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지도자 1인이나 특정인에 대한 맹목적 추종을 거부하는 기반 위에서, 세운 것이 보수정당이다. 현재 국민의힘이 보수정당 본모습과 얼마나 가까운지에 대해서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총선 참패를 비롯한 국민의힘 흑역사는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질 낮은 ‘폭로 공방’으로 끝없이 추락하던 지난 전당대회 풍경도 여전히 생생하다. 국민의힘 앞에 놓인 길이 불과 4년도 못 버티고 사라져 버린 열린우리당의 길이 아닐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품격있는 보수정치의 복원만이 그러한 추락을 막는 안전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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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 혁신적 보수와 국민의힘 : 정의화 전 국회의장

    1. 오만과 안일, 혁신적 보수에서 멀어진 국민의힘 [보수, 국민의힘을 말하다]
  2. <2> 보수의 용기있는 재구성 : 박명호 동국대 교수

    1. 한동훈 리더십, '관저 정치'의 확실한 정리에 달렸다 [보수, 국민의힘을 말하다]
  3. <3> 청년이 공감하는 국민의힘 : 정혜림 전 국민의미래 대변인·국민의힘 영입인재

    1. 57년 전 박정희 친서처럼… 與, 미래 세대에 책임감 가져야
  4. <4> 국민의힘의 새로운 길 : 윤왕희 성균관대 미래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윤왕희 성균관대 미래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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