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 40도' 열사병에 쓰러진 기초수급자, 병원 14곳서 퇴짜 맞고 숨져

편의점에서 음료 고르다 쓰러져
체온 측정 결과 40도에 달해
94분 만에 병원 도착…결국 사망

지난달 30일 서울 도봉구 쌍문동의 한 편의점에서 40대 A씨가 열사병으로 쓰러져 있다. JTBC 뉴스룸 화면

열사병으로 쓰러진 기초생활보장수급자가 병원 14곳에서 이송을 거부당한 뒤 1시간 30여 분 만에 병원에 도착해 결국 숨진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8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서울 도봉구 쌍문동의 한 편의점에서 40대 A씨가 이온음료를 꺼내던 중 비틀거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당시 편의점 내부 폐쇄회로(CC)TV 화면을 보면 A씨는 일어나려고 하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는 듯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다리를 떠는 모습도 보였다. 최초 신고자는 "몸을 떨고 있어서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건 아닌 것 같았다"고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원이 편의점에 도착한 후 측정한 A씨의 체온은 무려 40도였다. A씨는 집이 바로 앞이라며 데려다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구조대는 A씨의 집 입구부터 쓰레기가 쌓여있고, 집 내부가 시원하지 않아 A씨를 혼자 집에 둬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구조대는 A씨의 치료를 위해 병원 14곳에 이송 문의했지만 모두 수용을 거부당했다. 소방 관계자는 "더 위급한 중환자가 많아 응급실에 병상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거절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A씨는 쓰러진 지 1시간 34분이 지난 오후 12시 37분에야 국립중앙의료원에 도착했다. 이송될 때까진 의식이 있었지만, 병원에서 열사병 진단을 받은 직후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폭염에 더 취약한 사회적 약자

최고 체감온도가 35도에 달하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A씨 사례처럼 온열질환에 따른 인명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질병관리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온열 질환자는 2,004명에 달한다. 이 중 19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온열 질환자 대부분이 생계유지 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노인 등 사회적 약자로 확인됐다. 온열 질환자 2,004명 중 65세 이상 고령층이 638명(31.8%)으로 가장 많았다. 직업으로 구분하면 단순노무종사자가 419명(20.9%), 그다음 무직자가 284명(14.2%)에 달했다.

질병관리청은 폭염주의보·경보가 발령되면 바깥 활동을 하지 말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챙 넓은 모자와 밝고 헐렁한 옷 등을 착용할 것 등을 권고하고 있다. 물 규칙적으로 마시기, 자주 샤워하기 등의 건강 수칙을 지키는 것도 온열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