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시행으로 기르던 식용 개 처분 문제로 갈등
도살 불법..."정부가 잔여견 처리도 떠넘겨" 비판
농가 "5년 치 보상" 등 보상 문제도 여전히 이견
“우리 농장에만 730마리가 있는데, 말복을 앞두고도 안 팔려요. 동불보호법상 도축이 금지돼 있어 출하도 안 되고...잔여견은 우리 보고 알아서 죽이라는 건가요?”
(개식용종식법 반대 집회에 참석한 농장주 66세 이모씨)
‘개 식용 종식법’이 7일부터 본격 시행됐지만, 보상은 물론 남은 식용 개 처분을 놓고 구체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아 사육 농장과 정부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농장주들은 현행법상 도살이 불법인 만큼 잔여견을 정부가 수매해 달라고 요구하지만, 정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9일 관가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개 식용 종식법'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을 2027년까지 유예해 개 식용 종식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다음 달 ‘개 사육 농장 등의 전·폐업 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잔여견 처리 대책도 담을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최근 식용 개 소비가 줄어 농장에서 키우던 식용 개가 많이 남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남아있는 식용 개는 약 42만~50만 마리로 추정된다.
문제는 처리 방법이다. 원칙상 잔여견은 지방자치단체 동물보호센터로 보내져야 한다. 하지만 이미 동물보호센터는 포화상태다. 2023년 기준 동물보호센터는 228곳인데, 잔여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센터당 약 2,000마리씩을 떠맡아야 한다. 게다가 식용으로 기르는 개는 대부분 맹견으로 분류돼 입양도 쉽지 않다. 작년 4월부터 동물보호법이 시행되면서 도살도 불법이 되면서 개체 수 줄이기는 더욱 힘들어진 상황이다.
주영봉 대한육견협회 회장은 “소비도 줄었지만, 도살하면 불법이어서 농장 입장에서는 키우던 개를 그냥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방침이 정해져야 암컷과 수컷을 분리하는 등 번식을 막을 대책을 세울 텐데, 지금 상황에선 2027년에 20만 마리 넘게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농장주들은 정부 수매 후 안락사만이 현재로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수매하더라도 안락사 비용으로만 마리당 10만 원 안팎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정부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잔여견이 정부 예상보다 많이 남게 되는 경우를 고려해, 농장에서 보호·관리하는 방법까지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며 “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 여력이 없으면, 농장주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지자체의 수용 여력이 없으니 일단 농장주에 다시 책임을 지우는 방안을 고려해 보겠다는 게 정부 입장인 셈이다.
관건은 지원 비용이다. 육견협회는 연간 개 1마리로 얻을 수 있는 평균 수입이 40만 원이라는 점을 고려해, 향후 5년간 마리당 200만 원 수준의 보상금을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경우 약 1조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농식품부는 최근 조사에서 개 한 마리당 연평균 순수익이 31만830원으로 집계된 점, 농장 면적 1㎡당 마릿수를 고려하는 별도의 폐업 지원금 산출 기준을 도입해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농장주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보상금 규모일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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