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3동 주민들, 카페서 수거 활동
휴지·종량제 봉투로 교환해 기부
"종이팩 수거 시스템 개선 기대"
"동네 카페 한 곳에서만 하루 평균 1L짜리 우유팩 10장이 배출되고 있었지만 폐지와 섞여 버려지고 있었습니다. 재활용이 어려운데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천 계양구 계양3동 주민들이 종이팩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특별한 실험을 시작했다. 가정이나 동네 카페에서 나오는 종이팩을 가져다가 두루마리 화장지나 종량제 쓰레기 봉투로 바꿔 필요한 이웃들에게 나눠주는 '종이팩 재활용 실천단' 활동에 나선 것. 계양구의 경우 일주일에 한 번 행정복지센터에서 종이팩을 수거한다. 200㎖짜리 종이팩 30개를 가져가면 10L 종량제 봉투 1장을 준다. 주민들은 일주일 동안 모은 종이팩을 종량제 봉투로 바꿔 필요한 곳에 전달할 계획이다. 환경단체 인천녹색연합, 탄소중립마을 너머 사회적협동조합과 함께 실천단 활동에 동참할 카페, 아파트 단지 등도 찾아나설 예정이다.
지난 10일 발대식을 가진 실천단에는 현재 20가구가 참여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종이팩을 많이 배출하는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이 상당수이다. 주민들은 최근 계양3동에 있는 카페 17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종이팩 발생량과 처리 방식을 조사하기도 했다. 그 결과 하루에 종이팩 170장 정도가 폐지와 함께 버려지고 있었다. 종이에 비닐(폴리에틸렌·PE) 코팅을 하거나 알루미늄박이 들어가는 종이팩은 폐지와 섞이면 재활용이 어렵다.
고급 펄프로 만드는 종이팩은 택배상자로 재활용되는 일반 폐지와 달리 상대적으로 값비싼 두루마리 화장지나 갑 티슈, 키친타월 등으로 재탄생된다. 그러나 재활용률은 2022년 기준 13.7%에 불과하다. 종이류 재활용률이 44.1%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가장 큰 이유는 종이팩을 따로 버릴 곳이 없어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종이팩을 휴지나 종량제 봉투로 바꿔 주는 보상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번거로움이 크다. 종이팩을 가위로 잘라 깨끗하게 씻어 말린 뒤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동행정복지센터까지 가야 한다. 그것도 일정 수량 이상을 가져가야만 보상해준다. 그나마 계양구의 문턱이 낮은 편이다. 알루미늄박이 들어가 일반팩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활용이 어려운 멸균팩 사용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제도가 잘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다.
실천단 총괄을 맡은 주민 임지영(38)씨는 "우리 활동이 마을 단위의 종이팩 재활용, 나아가 자원 순환 시스템을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며 "첫걸음을 통해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과 행정,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하는 사례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천단 활동을 돕는 최위환(45) 인천녹색연합 전환마을실험실장은 "종이팩 보상 제도의 부족한 점을 실천단이 메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나아가 수거 장소 다양화 및 접근성 강화 등 종이팩 수거 시스템도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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