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엔터테인먼트 주요 임원 간담회
한 우산 아래 개성 강한 7개의 스튜디오
"상호 신뢰, 실패 용인하는 문화서 협력"
지난달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 개봉한 마블스튜디오의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이 11일(현지시간) 개봉 3주 만에 매출 10억 달러(약 1조3,700억 원)를 돌파했다. 2019년 개봉작인 '조커'에 이어 R등급(17세 이하 미성년자의 경우 21세 이상 보호자의 동반이 필요한 영화) 영화로는 역대 두 번째 10억 달러 돌파다. 이 기세대로라면 머잖아 조커를 제치고 R등급 사상 최고 매출 기록을 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6월 개봉한 픽사스튜디오의 '인사이드아웃2'가 매출액 15억9,370만 달러를 기록, 역대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작(수익 기준)에 등극한 데 이어 데드풀과 울버린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월트디즈니컴퍼니(이하 디즈니)가 모처럼 2연타석 홈런을 날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마블과 픽사는 별개 스튜디오지만, 모두 디즈니라는 한 우산 안에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 시절이던 2005년부터 2020년 사이 애니메이션 시장의 강력한 경쟁자였던 픽사와 마블, 스타워즈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루카스필름, 엑스맨 IP를 가진 20세기폭스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콘텐츠 제국'으로 거듭났다.
디즈니의 최대 팬 축제 'D23' 엑스포가 폐막한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애너하임에서 아태지역 기자들과 만난 앨런 버그먼 디즈니 엔터테인먼트 공동회장은 계열사들의 잇단 흥행 성공에 크게 고무된 듯했다. 그는 디즈니의 오케스트라 지휘자 격으로, 7개 스튜디오가 고유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조화롭게 어울리게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버그먼 회장은 "다행히 아이거가 주도한 몇 차례 전략적 인수가 환상적인 결과를 내고 있다"며 "데드풀과 울버린을 보면 폭스, 마블의 거래(인수)가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폭스가 만들어 온 엑스맨 세계관을 마블이 가져와 제작한 영화로, 만약 디즈니가 두 회사를 인수하지 않았다면 이 같은 인기작은 빛을 보지 못 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스튜디오 수장들, 월요일 10시마다 만나 대화"
7개의 독립 스튜디오가 한 지붕 아래 있는 구조는 실패의 위험성도 작지 않다. 특정 스튜디오가 투자 우선순위에서 배제되거나 고유의 개성을 잃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스튜디오의 수장들은 외려 이 같은 구조가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캐슬린 케네디 루카스필름 사장은 "그룹으로 함께하는 것이 정말 흥미로운 이유는 다른 사람(스튜디오)들이 하는 일을 볼 수 있다는 것"이라며 "그들의 강력한 스토리텔링은 우리에게도 영감을 준다"고 강조했다. 다른 스튜디오가 일하는 방식을 가까이에서 보는 것이 건전한 자극제가 된다는 의미다.
이들은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에 정기적으로 만난다고 한다. 피트 닥터 픽사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는 "우리는 매주 흥행 실적, 작품성, 문제점 등 서로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매우 캐주얼하게 이야기한다"며 "제작 전문가들이 모여 서로를 더 성장시킬 수 있는 질문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작품은 쓰여지는 게 아니라 다시 쓰여지는 것"
여러 스튜디오가 협력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은 것은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실패해도 괜찮다는 문화가 바탕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버그먼 회장은 강조했다. 서로가 각자 분야에서 최고라는 존중이 있기 때문에 상대 말에 귀 기울이고 때로는 양보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는 "뮤지컬은 쓰여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쓰여지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모든 작품은 처음부터 완벽한 게 아니라 여러 차례의 수정과 개선을 통해 발전한다는 의미다. 그는 "우리는 반복적으로 실수하고, 철저한 과정을 거쳤더라도 실패할 수 있다. 실패하고, 적응하고, 다시 시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디즈니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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