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를 쓴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난 후 불안과 공포(전기차 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12일 환경부 차관 주재로 긴급 회의를 가졌다. 국토교통부도 13일 국내 완성차 제조 업체와 수입차 업체들을 소집, 전기차 안전점검회의를 연다. 앞서 현대차는 전기차 13종의 배터리 제조사를 전격 공개했다. 전기차 포비아가 커지는 걸 막기 위해서는 모든 전기차의 배터리 정보를 공개하고, 화재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일 근본적인 대책을 함께 강구해야 한다.
현대차가 지난 9일 국내 업체 중 처음으로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를 선제적으로 공개한 건 평가할 만하다. 그동안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배터리 용량과 충전시간, 주행가능거리 등만 공개했다. 전기차 차주도 배터리 제조사는 알 수 없어 불안감이 컸다. 현대차에 이어 기아차와 BMW도 공개한 이상 테슬라, 아우디, 벤츠 등 다른 업체들도 동참하는 게 마땅하다. 일부 수입차가 부품 공급업체를 공개하지 않는 게 본사 방침이라며 거부하고 있는 건 유감이다. 더는 소비자를 우롱하지 말기 바란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한다고 화재까지 막을 수 있는 건 아닌 만큼 과학적인 예방 대책을 세우는 것도 시급하다. 우선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과충전’을 막기 위해 충전율을 제한하는 게 필요하다. 전기차 제조사가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 90%까지만 충전되게 설정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과충전 방지 장치가 없는 충전기가 많다는 건 풀어야 할 숙제다. 공동주택 지하 주차장엔 90% 이하로 충전을 제한한 전기차만 출입할 수 있도록 권고하겠다는 서울시 방침에 실효성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아예 전기차는 지하에 주차할 수 없게 하자는 주장도 나오나 이미 60만 대도 넘은 국내 전기차를 확실한 근거도 없이 차별하는 건 분쟁만 키울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쏟았지만 안전 인프라를 챙기는 데는 소홀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를 안전 확보의 계기로 삼는다면 위기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 시작은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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