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3,000여명 동시투약 필로폰 등 유통
수원중부경찰서, 86명 검거해 34명 구속
마약과 투약 도구 등 경찰 압수물품. 수원중부경찰서 제공
많은 돈을 준다는 내용의 온라인 게시물을 보고 마약 유통에 가담한 20대 등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해외 총책은 이들을 옭아매고 관리하기 위해 일종의 ‘충성 맹세’ 영상과 함께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 등·초본 등의 개인정보까지 넘겨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 수원중부경찰서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A씨 등 86명을 검거하고, 이 중 34명을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에 붙잡힌 이들은 밀수사범이 6명(구속 4명), 판매사범 28명(구속 20명), 매수·투약사범 52명(구속 10명)이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필로폰 1.9㎏, 대마 2.3㎏, 케타민 637ｇ, 엑스터시 433정, LSD 491장과 함께 마약자금 2,304만 원을 압수했다. 필로폰 1.9㎏은 6만3,000여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압수된 전체 마약은 유통가격으로 9억 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범죄수익은 아직 특정되지 않았다.
피의자들은 20대 사회 초년생이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과도한 개인 채무로 인해 생활이 어려지자,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 글을 보고 범행에 뛰어 들었다. 처음에는 국내로 들여온 마약을 유통하는 역할을 맡다가, 마약 조직으로부터 신용을 얻으면 밀수책으로 승격돼 해외를 오가며 범행에 가담했다.
마약 밀수는 은밀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총책이 있는 태국과 베트남으로 출국해 마약을 수령한 뒤 자신의 속옷과 복대 등에 숨겨 세관의 감시망을 피해 국내로 들여왔다. 일부 마약은 국제우편으로 국내로 반입했다.
경기 수원중부경찰서 전경.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이렇게 반입된 마약은 총책의 텔레그램 지시 하에 각 유통책에게 전달됐다. 유통책들은 이렇게 넘겨 받은 마약을 각자의 방법으로 판매해 돈을 벌었다.
한 유통책은 자신이 운영하는 피자가게로 마약을 배송받아 이를 인근 단란주점 등에 유통했고, 또 다른 유통책은 전국 각지의 폐쇄회로(CC)TV가 없는 주택가를 찾아다니며 일명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팔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마약 유통이 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 이들이 마약을 입수한 경로를 역 추적하는 등 집중 수사를 벌인 끝에 국내 마약사범들을 일망타진했다. 경찰은 해외에 있는 총책을 쫓는 한편, 아직 적발되지 않은 국내 밀수 및 중간 판매 사범에 대한 추적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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