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어부들이 바다에 버린 먹장어 통발이 저 멀리 미국 하와이의 향유고래와 몽크물범을 죽이는 주범이라는 보도는 충격적이다. 본보 엑설런스랩의 기획 취재인 ‘지옥이 된 바다’ 보도를 보면, 검은색 고깔 모양의 통발에 주둥이가 꽉 끼어 죽어간 물범, 끝이 뾰족한 6개의 고깔이 장기를 찔러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고래의 모습이 참담하다. 정부의 방관 속에 오랜 기간 어부들이 바다에 버려온 해양쓰레기가 국내 피해를 넘어 해외 환경 파괴까지 일으키며 국제적 민폐 국가가 된 현실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2017년부터 하와이 해변에 정체 모를 플라스틱 원뿔이 급증했고 동물들의 피해가 늘었다. 주민들이 1년 만에 무려 5,286개를 모았고, 글자가 새겨진 이 플라스틱 고깔 중 80%에서 한국 통발업체 이름이 있었다. 이들 업체 2곳은 통발을 한국에서만 판 것으로 밝혀져, 장어 잡이를 위해 한국 어부들이 사용하는 통발이 해류를 타고 지구 저편 하와이까지 괴롭히고 있는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해양 오염은 국민들의 건강까지 위협할 정도이다. 본보가 국내산 은갈치, 우럭, 오징어, 참조기, 꽃게를 구입해 연구기관에 의뢰한 결과, 모든 해산물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나왔다.
일차적으로 어부들의 도덕적 해이에서 문제를 찾을 수 있지만, 강을 따라 바다로 떠내려오는 거대한 쓰레기 더미와 어촌의 폐어구 등을 즉각 수거하지 못하는 시스템의 부재가 근본 원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0년 안에 연간 해양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책수립의 밑바탕인 해안 모니터링 사업(매해 동·서·남해안 60곳에 버려진 쓰레기 분석 및 출처 확인) 예산은 15년 만에 전액 삭감했다. 전국에 항·포구가 2,301개인데 해양 쓰레기 집하장은 795개뿐이라, 바다에서 쓰레기를 주워와도 둘 데가 없는 것도 큰 문제이다.
무엇보다 더 이상 어부들의 양심에 기대선 안 된다. 하와이 당국은 어선 입항시 불심 검문을 통해 선내 폐기물이 없을 경우 해양투기로 보고 벌금 또는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다. 정부와 지자체, 연구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충격요법이라도 내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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