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부패 인물 장관 임명은 위헌" 결정
세타 총리, 취임 1년도 안 돼 '불명예 퇴진'
일주일 전 '제1당 해산' 이어 정국 또 혼란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가 '부패 인사 장관 임명'에 발목이 잡힌 끝에 14일 헌법재판소에서 해임 명령을 받았다. 태국 정치 양대 세력 중 하나인 '친(親)탁신 친나왓' 계열 정당 출신 총리의 불명예 중도퇴진으로 '권력의 균형'이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주 '왕실모독죄 폐지 또는 개정'을 추진하던 전진당이 최근 정당 해산 명령을 받은 데 이어, 현직 총리 해임 사태까지 겹치면서 태국 정국도 혼돈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주군의 측근' 무리하게 중용하다 결국 해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태국 헌재는 이날 '과거 뇌물 스캔들로 실형이 선고된 인물을 장관으로 기용한 세타 총리의 인사는 위헌'이라는 일부 상원의원 주장을 받아들여 세타 총리 해임을 결정했다. 재판관 9명 중 5명이 원고의 청원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23일 총리직에 오른 세타 총리는 취임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나게 됐다. 태국에서 현직 총리가 쫓겨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앞서 세타 총리는 지난 4월 개각에서 '정치 거물'이자 현 정부 실권자인 탁신 전 총리 법률자문팀을 이끌던 피칫 추엔반 변호사를 '총리실 장관'(한국의 대통령 비서실장 격)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과거 뇌물 관련 혐의 실형 전력이 문제가 됐다. 추엔반은 2008년 탁신 부부 불법 토지 매입 사건 변호 과정에서 담당 판사에게 200만 바트(약 7,800만 원)를 건네려다 발각돼 법정모독 혐의로 징역 6개월을 살았다. 친군부 성향인 태국 상원은 '탁신의 오른팔'로 꼽히는 세타 총리가 '주군의 측근'을 무리하게 중용했다고 보고, 세타 총리 직무 정지 및 탄핵을 헌재에 청원했다.
차기 총리 하마평 무성... '정당 간 합종연횡' 관측도
이날 헌재 결정과 함께 총리직은 공석이 됐고, 앞으로 태국 하원은 새 총리 선출 절차를 밟게 됐다. 총리가 되려면 하원의원 493명의 과반인 '247표 이상'을 얻어야 한다.
현지 언론들은 차기 권력을 누가 쥐게 될 것인지를 두고 벌써부터 각종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태국 유력 일간 네이선은 △탁신의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 현 집권 푸어타이당 대표 △제3당이자 푸어타이당과 연정을 맺은 왕당파 품짜이타이당 아누틴 찬비라쿨 대표 △두 번의 쿠데타에 연루된 군부 성향 프라윳 웡수원 전 육군참모 총장 등이 거론된다고 이날 전했다. 새 연립정부 구성 과정에서 정당 간 합종연횡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태국 정국의 불안정성도 당분간 이어지게 됐다. 헌재는 지난 7일 당시 태국 제1당이었던 전진당(MFP)에 대해 "왕실모독죄 개정 추진이 입헌군주제를 전복하려는 시도로 여겨진다"며 정당 해산 명령을 내렸다. 일주일 만에 현직 총리까지 물러남에 따라, 태국 정치권의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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