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한반도 전체에 국민이 주인인 자유 민주 통일 국가가 만들어지는 그날, 비로소 완전한 광복이 실현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특히 "북한 주민들이 자유 통일을 강력히 열망하도록 배려하고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30년 전인 1994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제시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보완해 ‘자유가 북한으로까지 확장하는 통일을 이뤄야 한다’며 정부의 새 통일구상으로 '8·15 독트린'을 공개했다. 3대 비전과 3대 추진전략, 남북 '대화 협의체' 설치를 골자로 한 7대 추진방안으로 통일의 청사진을 구체화했다.
최악으로 치닫는 남북관계를 감안해 북한의 호응보다는 우리 정부의 선제적 행동이 먼저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북한을 자극하면서 '흡수 통일'을 지향하는 것으로 비칠 만한 대목이 적지 않아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헌법이 대통령에게 명령한 자유민주주의 평화통일의 책무에 의거해 우리 통일비전과 통일 추진전략을 우리 국민과 북한 주민, 그리고 국제사회에 선언하고자 한다”고 운을 뗐다.
통일구상의 키워드는 자유였다. 윤 대통령은 통일 대한민국의 미래상을 “국민의 자유와 안전이 보장되는 행복한 나라, 창의와 혁신으로 도약하는 강하고 풍요로운 나라, 국제사회의 화합과 발전을 선도하며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나라”로 규정했다. 이를 위해 △국내적으로 자유 통일을 추진할 수 있는 가치관과 역량을 확고히 하고 △북한 주민들이 자유 통일을 간절히 원하도록 변화를 만들며 △국제사회와 연대해야 한다는 3대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 우리 사회 내부를 향해 자유를 중시하되 질서와 규범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북한을 겨냥해 주민들의 인권 개선뿐 아니라 자유의 가치관을 심어주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통일 추진방안으로 “남북 당국 간 실무차원의 대화 협의체 설치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긴장 완화를 포함해 경제 협력, 인적 왕래, 문화 교류, 재난과 기후변화 대응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문제라도 다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산가족, 국군포로, 납북자, 억류자 문제를 망라해 협의할 수 있다는 게 윤 대통령의 설명이다.
아울러 “북한 주민들이 자유의 가치에 눈을 뜨도록 만드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북한 주민의 ‘정보접근권 확대’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 통일이 그들의 삶을 개선할 유일한 길임을 더 많은 북한 주민들이 깨닫고 통일 대한민국이 자신들을 포용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하면, 이들이 자유 통일의 강력한 우군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외에 △통일 프로그램 활성화 △북한 인권 개선 위한 다차원적 노력 △인도적 지원 추진 △북한이탈주민의 역할 강화 △국제한반도포럼 창설을 거론했다.
이 같은 윤 대통령의 의욕과 달리 이날 광복절 행사는 우리 사회의 분열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인선을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광복회 등 일부 독립운동단체와 야권 인사들은 정부 경축식에 불참했다. 통일의 전제조건인 국론 통합과 내부 단결과는 거리가 멀었다. 윤 대통령은 25분간 5,700여 자 분량의 경축사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50회로 가장 많이 사용한 반면, 과거 광복절 행사 때 빈도 높게 등장하던 '일본'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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