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분단 체제가 지속되는 한 우리의 광복은 미완성일 수밖에 없다”며 ‘통일 대한민국’을 위한 비전과 전략을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남북 당국 간 실무 차원의 ‘대화협의체’를 제안하고, 긴장 완화는 물론 경제 협력, 이산 가족 등 어떤 문제도 다룰 수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지은 뒤 핵·미사일 도발을 일삼고 있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8·15 통일 독트린'을 통해 대화를 제안한 건 평가할 만하다. 완전한 광복을 위해 한반도 전체의 통일국가 실현이 중차대한 역사적 과제임을 강조한 건 통일에 대한 당위성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의미가 적잖다. 꽉 막힌 남북 관계를 풀 계기가 될지 기대도 된다. 한민족이란 사실까지 부인하지 않는다면 북한도 적극 호응해야 마땅하다.
다만 윤 대통령이 “북녘 땅으로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확장돼야 한다”며 사실상 공세적인 통일론으로 상대방을 자극한 게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윤 대통령은 “북한 주민들이 다양한 외부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정보접근권’을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이는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와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으로 민감해진 때 오히려 긴장만 더 고조시킬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선 대화의 진정성까지 의심할 수 있다. 이 경우 윤 대통령의 통일 담론도 공허한 선언으로 끝날 수밖에 없게 된다.
광복절 기념사인데 일본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없는 점도 아쉽다. 이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현직 방위상은 3년 만에 참배까지 했다. 언제까지 과거에 머무를 순 없지만 일본에 과거사 문제에 대해 한마디도 않는 건 국민정서상 수용이 어렵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가 광복회 등 일부 독립운동단체가 경축식에 불참하고 자체 기념식을 연 단초가 됐다. 경축사에서 돌연 ‘가짜 뉴스’를 반통일 세력으로 몰아간 것도 생뚱맞다. 남북 통일을 얘기하기 전에 국민 통합이 먼저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내년이면 80주년인 광복절까지 두 쪽 나면 부끄럽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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