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신의학자 조엘 딤스데일 '세뇌의 역사'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겠다.”
1953년 한국전쟁 휴전 후 유엔군과 중공군은 포로를 석방했다. 중공군에 포로로 잡혀있었던 미군 23명이 중국에 남겠다고 선언하자 미국은 충격에 빠졌다.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 간의 이념전쟁이었던 한국전쟁을 겪고도 미군이 중국을 택한 것은 엄청난 타격이었다.
미군 포로들이 중국과 북한 수용소에서 받은 ‘사상 개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며 ‘세뇌’(brainwashing)라는 용어가 탄생했다. 포로들이 장시간 심문, 수면 박탈, 기아, 지속적인 죽음의 위협 등으로 쇠약해진 상태에서 공산주의 소책자를 암기하고 토론하면서 정신을 통제당했다는 취지였다. 연구자들은 한국전쟁이 포로들의 정신을 조직적으로 조작하려고 시도한 최초의 전쟁이라고 봤다.
세뇌는 일상에서도 흔하다. 미국의 정신의학자 조엘 딤스데일은 책 ‘세뇌의 역사’에서 세뇌가 20세기 내내 횡행했다고 짚었다. 그는 중세시대의 종교재판부터 러시아의 심리학자 이반 파블로프의 '파블로프의 개' 실험, 스탈린의 여론조작용 공개 재판,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환각물질 실험, 스톡홀름증후군, 사이비종교의 집단 자살 등 희대의 사건들을 예로 들며 세뇌의 역사를 추적한다. 1979년 미국 존스타운에서 일어난 ‘인민사원’ 신도 909명의 집단자살, 1997년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외곽에서 발생한 '천국의 문' 신도 39명 자살 사건이 집 근처에서 일어나 "몹시 괴로웠다"는 그는 이런 일이 반복되는 이유를 찾으려 골몰했다.
저자는 세뇌가 21세기에 더욱 진화해 여전히 우리 삶의 일부일 것이라고 본다. “21세기의 신경과학과 소셜 미디어의 발전이 훨씬 더 강력한 설득 도구를 만들어낼까 봐 두렵다”는 그는 소셜미디어에 떠도는 이야기를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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