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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제지하는 경찰 되밀쳐도 공무집행방해 성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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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제지하는 경찰 되밀쳐도 공무집행방해 성립"

입력
2024.08.16 13:30
수정
2024.08.16 13:58
6면
0 0

무죄 원심 뒤집고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경관에 욕설하자 다른 경관이 밀어내
"스스로 오인 제공... 위법성 조각 불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취객이 출동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던 중 경찰관을 밀쳤다면, 그것이 경찰관의 선제적 유형력(신체에 가해지는 물리력) 행사를 되받아치는 과정에서 이뤄졌을지라도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경찰관이 행패를 막기 위해 부득이하게 물리력을 먼저 가했더라도, 이에 대해 과하게 저항하면 공무집행을 방해한 것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뒤집고 지난달 25일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원심은 위법성 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서, 착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위법성 조각사유는 범죄 구성요건을 갖추지만 위법한 것으로 볼 수 없는 때를 말한다. 정당방위, 긴급피난, 피해자 승낙 등이 이에 해당한다.

A씨는 2022년 6월 서울 용산구 한 파출소 앞 도로에서 경찰관을 네 차례 밀쳐 직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만취한 A씨는 다른 사람에게 예약된 택시가 자신의 승차를 무작정 거부한다고 착각해 차에서 내리지 않고 버텼고, 택시기사는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출동한 경찰관마저 자신의 승차거부 신고를 제대로 처리해주지 않는다고 생각, 여성 순경에게 고성을 지르며 접근했다. 이를 본 남성 경위가 그를 밀치며 제지하자 실랑이가 붙었다.

1심은 "신고접수를 받아주지 않은 경찰관들의 부당행위에 대항한 행위로, 사회통념을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경찰관들의 행위가 부당하지는 않는다"면서도 "A씨로서는 피해자가 행사한 유형력을 경찰권 남용으로 오인할 만했다"며 같은 결론을 내렸다. 자신의 행위가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할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않는다는 형법 16조(위법성 조각사유)가 근거였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반복된 설명에도 불구하고 위협적으로 항의를 계속하는 A씨를 말리기 위한 경찰관의 조치를 부당한 것으로 착각할 상황 자체가 아니었다는 이유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은 당시 피고인이 술에 취했던 점이나 스스로 흥분하게 된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면서 "스스로 오인의 계기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이 사건에 이르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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