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한층 누그러진 안세영 입장 표명
"불합리한 관습 바뀌어 나갔으면"
안세영 측 "왜 만나자 안 하는지 궁금해"
협회는 선수 면담 없이 진상 조사 착수
문체부 "협회 진상 조사는 절차 위반" 제동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획득한 뒤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향해 작심 발언을 했던 안세영(삼성생명)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안세영은 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올림픽 우승 후 인터뷰 자리에서 부상에 대한 질문에 지난 7년 간의 대표팀 생활이 스쳐가며 가슴 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하게 됐다"며 "그 말의 파장이 올림픽 기간에 축하와 격려를 받아야 할 선수들에게 피해를 줬다. 스무 살이 넘었지만 그 동안 운동과 훈련만 파고 들며 열심히 했지, 지혜롭게 인생을 헤쳐나가는 방법은 아직 한참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불합리하지만 관습적으로 해오던 것들을 조금 더 유연하게 바뀌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에 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7일 귀국 후 "싸우려는 의도가 아니라 정말 운동에 전념하고 싶은 마음을 호소하기 위해, 그렇게 이해해달라는 마음으로 말한 것”이라며 한발 물러났던 안세영은 이날도 "협회와 시시비비를 가리는 공방전이 아닌 제가 겪은 일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있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고 조만간 그런 자리를 가지길 바라고 있다"고 소망했다.
하지만 열흘 가깝게 안세영과 협회의 소통은 없었다. 감정을 한층 누그러뜨린 것으로 알려진 안세영은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데, 협회는 만나자는 얘기도 일체 없이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활동을 시작했다.
안세영 측은 이날 입장 발표 전 “확실한 건 (안)세영이가 '톤다운' 됐다”며 “그런데 왜 협회에서는 만나자고 얘기를 하지 않는지 궁금하다”고 답답해했다. 안세영의 아버지 안정현씨도 “축하한다는 말도 없는데, 만나자는 얘기를 하겠습니까”라며 서운함을 나타냈다.
양측의 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소모적인 논쟁 부분만 부각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안세영의 작심 발언 관련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개인 스폰서 허용에 대한 서로 간 의견이 대립하는 부분, 안세영이 대표팀 생활 7년 동안 막내로 선배들의 빨래와 방 청소를 했다는 오랜 악습, 김택규 협회장의 비위 의혹 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논란이 커지자 협회도 16일 본격적으로 진상 조사에 들어갔다. 내부 인사 2명, 변호사 2명과 교수 1명이 포함된 외부 인사 3명으로 구성된 협회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는 이날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고, 코칭스태프가 참석했다. 협회도 안세영 측과 아직까지 연락하지 않은 부분은 인정했다.
협회는 이날 회의를 마친 뒤에서야 “안세영 선수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문제 해결의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차기 회의 때는 안세영 선수를 포함한 국가대표 선수들의 의견을 청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는 "협회의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이 절차를 위반했다"며 "협회장이 단독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이사회 심의·의결이 필요하다고 보고 정관에 따른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라"고 협회에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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