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금 고갈을 30년 늦추고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의 연금개혁안을 예고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틀째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아직 정부안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만큼 섣부른 대응을 삼가는 분위기다. 다만, 일각에선 21대 국회 연금개혁특위가 어렵게 도출해낸 '더 내고 더 받는' 합의가 '더 내고 그대로 받는' 방향으로 퇴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진성준 당 정책위의장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추정 보도만 가지고 어떻게 입장을 내겠나"라며 입장을 유보했다. 민주당 소속 박주민 국회 복지위원장도 "구체적인 안을 보지 않은 상태"라면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정부가 안을 내겠다고 하는 것은 환영"이라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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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당내 일각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제기된다. 소득대체율(받는 돈)은 올리지 않은 채 보험료율(내는 돈)만 손질하면 '더 내는데도 받는 돈은 늘지 않는' 연금개혁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가 강조한 대로 기금 고갈을 늦추기 위해선 소득대체율 인상을 최소화하거나 동결하는 조치가 불가피하지만, 아직 이에 대한 언급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진 의장은 "정부가 소득대체율은 40%로 묶어둔 채 국민들이 납부해야 할 보험료를 더 높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어렵게 도출해낸 합의가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앞서 21대 국회 연금특위는 공론화위원회 숙의를 거쳐 '더 내고 더 받는' 방향으로 연금개혁안을 정했다. 이에 따라 여야는 21대 국회 임기 종료 직전까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모두 인상하기로 했지만, 소득대체율 인상 수준(여당 44%, 야당 45%)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끝내 합의에 실패했다.
정부가 제시한 '세대별 차등 부담' 역시 세대 갈등을 조장하고 이를 통해 소득대체율이 떨어지는 문제를 가리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위 소속 김남희 민주당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정부가 '자동 재정 안정화 장치'를 도입한다는 것은 결국 특정 상황에서 보장을 깎을 수 있다는 뜻"이라며 "그렇게 되면 당장은 젊은 세대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 같지만 오히려 노후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 재정 안정화 장치는 인구구조 변화나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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