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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혈압이 떨어졌다고 고혈압 약 끊다간…

입력
2024.08.18 08:10
수정
2024.08.18 09: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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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삼복(三伏) 더위가 다 지나갔지만 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 무더위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밤에도 최고 25도를 넘는 열대야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날씨는 우리 건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가장 대표적인 게 혈압이다. 추울 때는 동맥 혈관도 수축한다. 그래서 추운 겨울에는 고혈압이나 심혈관 질환이 생길 위험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반면 기온이 올라가는 여름엔 혈관이 확장된다. 따라서 여름에는 혈압에 문제가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여름이라고 해서 혈압 관리가 쉬운 것만은 아니다.

여름에 흔히 발생하는 혈압 문제는 저혈압이다. 특히 고혈압 약을 먹는 사람에게 나타나기 쉽다. 고혈압 환자 중에 여름이 오면 “기운이 없다” “어지럽다”면서 진료를 받으러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집에서 측정한 ‘가정 혈압’ 기록이나 병원에서 잰 ‘진료실 혈압’을 살펴보면 저혈압 증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반복되면 고혈압 약 용량을 낮춰 처방하기도 한다. 같은 고혈압 약을 먹어야 한다면 하루 한 알씩 먹던 걸 반 알만 복용하라고 할 때도 있다.

또 다른 여름 혈압 문제는 밤에 혈압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혈압은 밤낮으로 변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혈압이 올라간다. 낮에 활동하는 동안 온몸에 피를 활발하게 보내주느라 심장박동 수가 늘고 혈압도 높게 유지된다.

그러다 밤에 잠자리에 들면 혈압은 다시 내려간다. 개인차는 있으나 대체로 밤 혈압이 낮 혈압보다 5~10㎜Hg 낮은 것으로 보고돼 있다. 그런데 여름에는 밤이 짧아져 수면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

더욱이 열대야로 잠을 설치는 경우도 많다. 또 낮에 더위로 인한 탈수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 많이 섭취한 물과 소금에 의해 혈액량이 증가한 것도 밤 혈압을 높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물을 많이 마시면 밤에 소변을 보려고 더 자주 깨야 해서 잠의 품질이 떨어진다.

이런 원인이 겹치면 밤이 돼도 혈압이 제대로 내려가지 않는다. 여름밤 평균 수축기(최고) 혈압이 겨울밤보다 2㎜Hg 높다는 연구도 있다. 밤에 혈압이 내려가면 동맥 혈관도 쉰다. 밤에 혈압이 내려가지 않으면 동맥은 밤에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하는 셈이 된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여름밤에 약간 높은 혈압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고혈압이 있는 사람에게 밤의 높은 혈압은 혈관뿐만 아니라 콩팥·심장 등 여러 장기가 손상될 수 있다. 야간 혈압 증가가 여름밤에 생기는 심혈관 질환과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고혈압 약을 먹는 사람이 낮에 저혈압이 생겨 약 용량을 줄이면 저혈압 증상은 좋아질 수 있지만 야간 혈압 상승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더워서 저혈압이 생겼다고 해도 임의로 고혈압 약을 먹지 않거나, 용량을 줄여서는 안 된다. 고혈압 약 복용법을 바꿀 때는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무더위로 인한 탈수 현상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지만 물이나 음료수를 너무 많이 마시거나 정상적인 식사 외에 소금을 추가로 먹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여름 밤의 꿀잠을 방해해 야간 혈압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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