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베이, 역직구 셀러 세미나 개최
지마켓, 큐텐 셀러 100여 곳 ‘러브콜’
中알리·쇼피도 유망 셀러 선점 노력
국내 이커머스 시장 이미 포화 상태
K뷰티 등 해외 인기에 역직구 '전쟁'
최근 국내외 이커머스 업체들 사이에서 '역(逆)직구 판매자(셀러)' 쟁탈전이 펼쳐지고 있다. 동남아와 한국, 미국, 중국을 잇는 글로벌 역직구 플랫폼을 자처하던 큐텐(Qoo10)그룹이 사실상 해체 위기에 놓이면서다. 티몬과 위메프, 큐텐 등을 통해 해외에 국내 제품을 판매하던 역직구 셀러들은 새로운 둥지를 찾아야 하는 상황. 이에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을 벗어나 역직구 사업을 강화하려는 이커머스 업체들이 탈(脫) 큐텐 셀러를 자사 플랫폼에 유치하려고 나선 것이다.
脫큐텐 ‘역직구’ 셀러 잡아라
미국 전자상거래 업계 2위인 이베이(eBay)는 16일 "역직구 K셀러를 모집하기 위해 9월 4일 웨비나(웹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는 이베이 플랫폼을 통해 NBA(미국 프로농구) 선수 등의 모습을 담은 트레이딩 카드를 전 세계에 판매하고 있는 유명 셀러가 상품 선택, 해외 배송 등 역직구 노하우를 소개할 예정이다. 이베이 측은 "티몬·위메프 사태와 무관한 행사"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큐텐에서 활동하던 상당수 셀러들이 참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마켓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티몬·위메프 사태 직후인 지난달 중순, 지마켓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지원을 받아 큐텐에서 활동해 온 해외 '직판(직접 판매)' 셀러 100여 곳에 대해 "입점시키고 싶다"며 중진공 측에 뜻을 전했다. 셀러들은 화장품이나, 물티슈·샴푸 같은 생활용품을 동남아, 일본 등으로 수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나라 소비 트렌드에 정통한 이들을 흡수함으로써 역직구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게 지마켓의 판단이다. 지마켓은 영문·중문 역직구 플랫폼 글로벌숍을 운영하며 K뷰티 등의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역직구 셀러 유치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다. 알리바바닷컴은 8일부터 한국 기업 전용 웹사이트 '한국 파빌리온'을 운영 중이다. 셀러들이 4,800만 명이 넘는 글로벌 바이어에게 K뷰티·푸드 등의 제품을 선보일 수 있는 공간이다. 해외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국내 소비자를 공략하는 동시에 한국 제품을 매개로 역직구 시장에서의 입지까지 강화하고 나선 것. 동남아 최대 이커머스 업체인 쇼피(shopee) 또한 국내 물류센터에 셀러 상품을 받아 현지 배송까지 해주는 풀필먼트 서비스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셀러 모집에 주력하고 있다. 쇼피는 중국의 최대 IT 기업인 텐센트가 투자한 기업이다.
최저가 '출혈' 경쟁 대신 해외로
국내외 이커머스 업체들이 이렇게 역직구 사업을 강화하고 나선 배경은 복합적이다. 먼저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전체 소매 판매액 중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35.8%. 2019년 당시 28.6%였던 이 비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시작된 이듬해 33.6%까지 껑충 뛴 후 수년째 30%대 중반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시장 파이는 커지지 않고 플랫폼은 많다 보니 최저가 출혈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해외로 눈을 돌리는 방법뿐"이라고 했다.
반면 한류 열풍과 맞물려 해외 시장에서 한국 상품 경쟁력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해외 도매상들에게 국내 인디 화장품 브랜드 제품을 공급하는 '실리콘투' 매출은 2020년 994억 원에서 2023년 3,429억 원으로 증가했다. 증권업계는 올해 매출이 7,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쇼피코리아에 따르면, 코스알엑스(COSRX) 클렌저 제품은 상반기(1~6월) 동남아 시장에서 6만 개 이상 팔렸다. 한국 드라마에 자주 노출되는 라면, 스낵 등도 현지에서 인기가 많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역직구는 수출 통관과 운송, 현지 배송까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은데 물류 계열사를 보유한 큐텐이 이런 점에서 강점이 많았다"며 "현지 고객망과 마케팅 역량, 물류·배송 인프라를 갖춘 플랫폼으로 셀러들이 몰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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