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처럼 앱으로 예약하는 스마트 버스 플랫폼 도입
야구선수 출신 국제 변호사에서 국내 1위 통근버스 사업가로 변신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의 가장 큰 문제는 모든 시간대 이용자가 고르지 않다는 것이다. 출퇴근 시간에 콩나물시루처럼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붐비지만 낮에는 사람이 없어 한산하게 운행한다. 그렇다 보니 버스의 경우 적자 노선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를 정부에서 지원금으로 메꿔준다. 버스도 공중전화처럼 국민생활에 없어선 안 될 보편적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대중교통이 효율적으로 운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눈여겨본 국내 신생기업(스타트업) 위즈돔의 한상우(50) 대표는 버스 운영을 혁신하고자 2009년 창업했다. 그는 우버처럼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효율적 운행 관리가 가능한 스마트 버스를 선보였다. 이를 기업들의 통근 버스에 적용해 현재 3,300개 노선을 매일 운행하며 10만 명의 승객을 실어 나르는 국내 1위 기업 통근 버스 사업자가 됐다.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한 대표를 만나 스마트 버스에 대해 알아봤다.
'바람 버스'를 줄여라
버스 운송업계에 '바람 버스'라는 말이 있다. 출퇴근 시간만 붐비고 나머지 시간은 사람이 없어 바람만 싣고 다닌다는 말이다. 한 대표는 최대 이용자와 최소 이용자에 대한 수요 분석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고 본다. "사람을 짐으로 봐서 이런 현상이 발생해요. 편의성을 무시하고 택배상자처럼 무조건 실어 나르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 바람에 버스와 지하철이 제 역할을 못 하니 많은 사람이 차를 갖고 다녀요."
이는 고스란히 모두의 비용으로 이어진다. "차를 소유한 개인도 기름값, 보험료, 주차비, 유지비 등이 들지만 많은 사람이 차를 끌고 나오면서 도로가 막히고 탄소를 배출해 온난화 등으로 모두에게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죠. 이런 것을 개혁하고 싶어요."
그래서 시작한 것이 통근 버스다. 한 대표는 2009년 창업해 이듬해 'e-버스'라는 국내 최초 인터넷 통근 버스를 선보였다.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로 출발지와 목적지를 예약하고 결제하는 버스 서비스다. "타다의 버스판이죠. 7개 노선에 걸쳐 출퇴근용으로 전세 버스를 계약해 경기 분당과 수지에 사는 사람들을 좌석 숫자만큼 모아 서울 강남까지 운행했어요."
e-버스 요금이 기존 노선버스 요금보다 두 배 비싼데도 이용자들이 몰렸다. 사람들로 붐비는 노선버스와 달리 편하게 앉아 갈 수 있고 전용차선을 이용해 택시나 승용차보다 빨랐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사업이 망한 줄 알았어요. 버스 1대에 10명 탔거든요. 그런데 입소문이 나면서 승객이 하루에 두 배씩 늘었어요. 나중에는 빈 좌석이 없었죠."
하지만 사업이 너무 잘돼 화를 불렀다. 위기의식을 느낀 기존 노선버스들이 반발한 것이다. 2011년 당시 국토해양부에서 무면허 운수사업자가 노선버스를 운영한다며 운수사업법 위반으로 e-버스 운행을 중지시켰다.
그러자 이용자들이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거세게 항의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국토해양부에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특정 시간대 특정 여객을 운송하는 것을 허용한 한정면허 버스제를 도입했다. 위즈돔은 2013년 한정면허를 받은 1호 기업이 됐다. 사실상 e-버스가 법을 바꾼 것이다.
국내 최초 인터넷 버스 등장
이후 한 대표의 혁신은 SK그룹을 만나며 급물살을 탔다. e-버스 사태를 눈여겨본 SK그룹은 그에게 통근 버스를 제의했다. 기업용 통근버스는 사업자 간 계약이어서 기존 노선버스와 달리 면허가 필요 없다. "각지에서 서울 종로의 SK 본사인 서린빌딩과 을지로 SK텔레콤 본사를 오가는 통근 버스였죠. 법적 갈등으로 사업이 망할 위기였는데 SK에서 기사회생할 기회를 줬어요."
SK그룹의 통근 버스가 성공적으로 운행되자 입소문을 타고 한화 CJ 카카오 현대중공업 등 다른 기업으로 확산됐다. 그러면서 매출이 극적으로 뛰었다. "기업이 늘면서 매출이 10억 원에서 100억 원 이상으로 10배 이상 뛰었어요."
성공 비결은 e-버스를 통해 확인한 '아이보스'라는 플랫폼 서비스의 접목이다. 아이보스는 인공지능(AI)이 결합돼 최적화된 버스 노선까지 설계한다. "이용자들이 앱으로 출발지와 목적지를 예약하고 비어 있는 좌석까지 확인할 수 있어요. 더 이상 빈 자리가 있는 통근 버스를 찾아 우왕좌왕하거나 마냥 기다리지 않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죠."
그는 플랫폼으로 버스 서비스의 품질까지 평가했다. "이용자 평가가 좋지 않은 전세 버스를 배제했어요. 그러면서 서비스 품질을 끌어올렸죠."
플랫폼 도입은 전세 버스에도 도움이 됐다. "1993년 국내 7,000대에 불과했던 전세 버스는 정부에서 면허제를 등록제로 바꾸면서 2020년 5만 대까지 폭발적으로 늘었어요. 그러면서 공급과 수요가 맞지 않아 요금과 서비스 품질이 떨어졌죠."
플랫폼에 참여한 전세 버스들은 열악한 환경을 바꿀 수 있었다. "플랫폼으로 출퇴근 시간 외 단체 관광객을 연결해줘 전세 버스의 수익이 늘었죠."
통근 버스의 성공 덕분에 위즈돔은 평창 동계올림픽 셔틀버스 업체로 지정됐다. 올림픽 공식 운송업체가 된 것이다. 그런데 강원도 운수업체들이 심하게 반발하면서 강원도에서 면허를 내주지 않았다. 면허가 없으면 운행료를 받을 수 없다. 이때 한 대표는 승부수를 띄웠다. 무료 서비스를 선언한 것이다. "면허가 필요한 이유는 수익 때문이에요. 돈을 받지 않으면 면허가 필요 없죠."
무료 올림픽 셔틀은 일본 NHK 방송에 보도돼 화제가 됐다. "덕분에 버스에 붙이는 광고가 완전 매진돼 운임 손실을 보전할 수 있었죠. 그러면서 SK, 카카오, 에쓰오일 등 여러 기업이 도시락, 인형 등을 제공하며 더 화제가 됐죠."
올해 일본 진출 예정
현재 위즈돔과 통근 버스를 계약한 기업은 약 200곳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 대표는 계속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을 접촉 중이다. "국내 광역버스가 3,000대인데 삼성전자의 통근 버스는 4,000대입니다. 삼성과 계약하기 위해 계속 접촉하고 있어요. 기업 내부에서 통근 버스를 운영하는 것보다 비용을 줄이고 서비스 품질을 높일 수 있는 것이 플랫폼 서비스의 장점이죠. 또 기업 내부 거래를 줄이고 스타트업과 계약하면 국내 산업 생태계에도 도움이 돼요."
이와 함께 플랫폼 서비스를 다양한 형태로 확대할 계획이다. "FMS라는 수익 사업을 도입할 예정입니다. 플랫폼으로 예약과 결제를 할 수 있는 타이어 교체와 주유 및 세차,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에요. 관련해서 모 대기업이 경기 이천시에 전기차 충전소를 만들고 있어요."
또 금융기관과 협력해 고가의 버스를 할부로 구입할 수 있는 금융상품 중개 서비스도 확대한다. "모 시중은행과 계약해 저렴한 금리의 할부금융상품을 만들었어요. 이를 이용하면 5억 원가량의 수소버스를 구입할 때 일부 금액을 60개월 이상 할부로 낼 수 있어요. 할부 금리도 기존 8~10%에서 4~5%로 낮췄죠. 벌써 버스 60대를 할부 금융 상품으로 팔았어요."
버스 중고 판매도 앱으로 지원할 생각이다. "나중에 버스를 중고로 판매할 때 판매자와 구매자를 앱으로 연결시켜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내년 말 도입을 검토 중이에요."
이를 통해 매출을 지난해 762억 원에서 올해 1,000억 원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10억 원에서 올해 20억 원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투자는 일부 개인 투자자 외엔 받지 않았다. "영업이익이 꾸준히 나서 투자를 받지 않았어요. 미국 일본 등 해외 진출하면 그때 투자를 받아야죠. 미국에서는 통근 버스, 일본에서는 공항과 도심을 오가는 순환버스를 앱으로 호출하는 사업을 고려하고 있어요. 일본은 올해 진출 예정입니다."
어린 시절 서장훈과 야구 함께 한 국제변호사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대 로스쿨을 나온 국제변호사인 한 대표는 고교 때까지 야구를 했다. "서장훈이 농구로 바꾸기 전까지 초등학교 야구부에서 같이 뛰었어요. 제법 빠른 공을 던지던 투수였는데 운동부 폭력이 지긋지긋해 그만뒀죠."
미국 유학 후 현지에서 변호사로 활동한 그는 스마트폰의 등장과 우버, 에어비앤비를 보며 사업을 구상했다. "자동차나 집 같은 큰 자산을 빌려주고 돈을 버는 사업이 잘될 것으로 봤죠. 그래서 버스에 집중했어요. 지금까지 버스의 역할이 과소평가됐어요. 버스를 잘 활용하면 지구를 구원할 수 있어요. 온난화를 크게 줄일 수 있거든요."
그는 올해부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도 맡았다. 2016년 출범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국내 2,3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참여하는 국내 최대 스타트업 단체다. 그는 의장으로 있는 동안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12월 코엑스에서 열리는 스타트업 행사 '컴업'에 일본 벤처투자사들을 부를 생각입니다."
의장으로 있는 동안 포럼에 참여하는 정회원 기업을 늘리는 것이 개인적 목표다. "스타트업을 하기 좋은 나라가 미래가 있는 나라죠. 스타트업에서 스타 경영자가 많이 나와야 젊은이들에게 꿈을 줄 수 있어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가교 역할을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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