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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버펄로, 구원과 번영의 전령

입력
2024.08.20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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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0 흰 버펄로 여인의 귀환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2024년 6월 촬영된 흰 버펄로 사진 패널을 앞에 두고 진행된 환영행사 장면. AP 연합뉴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2024년 6월 촬영된 흰 버펄로 사진 패널을 앞에 두고 진행된 환영행사 장면. AP 연합뉴스

북미 원주민에게 버펄로(American Buffalo)는 의식주의 필수 사냥감인 동시에 오랜 신앙적 숭배의 대상이다.
19세기 초 대평원을 누비던 4,000만~6,000만 마리의 버펄로는 백인들의 상업적 사냥과 비육우 방목을 위한 초지 분할, 남북전쟁과 서부개척시대(인디언 전쟁)를 거치며 20세기 초 거의 멸종 위기에 몰렸다. 뒤늦게 보호에 나선 덕에 현재는 약 50만 마리가 국립공원 등 보호구역에 서식하거나 사육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는 2016년 버펄로를 국가 상징 동물로 지정했다.

극히 드물게 태어나는 흰 버펄로는 라코타 수(Sioux)와 체로키, 나바호 등 거의 모든 원주민 부족이 신성시한다. 이런 전설이 있다.
극심한 가뭄과 더위로 부족 전체가 기진해 가던 어느 여름, 수족의 두 전사가 사냥터에서 흰 옷을 입은 젊은 여인을 만났다. 음심(淫心)을 품고 다가갔던 남자는 신성한 구름에 휩싸이더니 순식간에 뼈만 남았다. 여인은 나머지 한 명에게 자신을 ‘와칸(Wakan, Holy)’이라 소개하며 기도 의식용 파이프(chanupa)와 기도법을 가르쳐준 뒤 "세상이 어지러워지면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땅을 네 번 굴러 흰 버펄로로 변신해 총총히 사라졌다. 흰 버펄로 여인이 떠난 뒤 마을 주변에는 버펄로 무리가 넘쳐났다고 한다.

1994년 8월 20일 위스콘신주 제인스빌의 한 농장에서 흰 암컷 버펄로 ‘미러클(Miracle)’이 태어났다. 원주민 공동체는 신성의 재림(Wakan Gli)이라며 환호했다. 미러클은 성장하면서 털이 갈색으로 변했고 2004년 9월 자연사했다. 지난해 6월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한 관광객이 갓 태어난 흰 버펄로 송아지 사진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원주민 공동체는 부족 번성의 예언이라 반겼고, 공원 측은 버펄로 생태계 복원의 증거라며 반가워했다. 하지만 그 송아지는, 공원 관리청의 대대적인 조사에도 불구하고 이후 단 한 번도 다시 목격되지 않았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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