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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지옥' 바다 살리기 플라스틱 감축 협상 부산서 결론 낼까

입력
2024.08.20 15:00
수정
2024.09.19 11:1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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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 지옥이 된 바다 2부]
② 불편한 미래
"생산량 줄여야" vs "폐기물 관리 집중해야"
국가별 입장 달라 플라스틱 협약 합의 진통
11월 정부간 협상위원회 부산 회의 분수령

편집자주

콧구멍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혀 피 흘리는 바다거북, 배 속에 찬 쓰레기 탓에 죽은 향유고래. 먼바다 해양 생물들의 비극은 뉴스를 통해 잘 알려졌죠. 우리 바다와 우리 몸은 안전할까요? 한국일보는 3개월간 쓰레기로 가득 찬 바다를 찾아다녔습니다. 동해와 서해, 남해와 제주에서 어부와 해녀 63명을 만나 엉망이 된 현장 얘기를 들었고, 우리 바다와 통하는 중국, 일본, 필리핀, 미국 하와이를 현지 취재했습니다. 지옥이 된 바다. 그 가해자와 피해자를 추적했습니다.

2023년 1월 28일 카우아이 해안가에 밀려온 향유고래 배 속에서 발견됐던 한국산 먹장어 통발 등 폐어구 더미. 원다라 기자

2023년 1월 28일 카우아이 해안가에 밀려온 향유고래 배 속에서 발견됐던 한국산 먹장어 통발 등 폐어구 더미. 원다라 기자

전 세계 바다를 엉망으로 만든 해양 쓰레기의 83%는 플라스틱 재질이다. 어부들이 쉽게 버리는 나일론 그물과 폴리프로필렌(PP) 등 합성섬유로 만든 옷, 일회용 커피잔이나 페트병 등이 모두 플라스틱이다.

결국 플라스틱 생산과 사용을 줄이지 않고는 바다를 살릴 수 없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 국가는 없다. 190여 개 회원국을 둔 유엔환경계획(UNEP)이 강제성 있는 첫 플라스틱 국제 규제인 '유엔 플라스틱 협약'을 2022년부터 추진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플라스틱 협약이 만들어지면 프레온가스 사용 금지로 오존층 파괴에 대응했던 '교토 프로토콜'에 비견할 일"이라는 기대도 있다.

문제는 디테일(세부 쟁점)이다. 국가별로 플라스틱 생산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달라 쉽사리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정부 간 협상위원회 마지막 회의가 이견을 좁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부산 회의를 계기로 우리 정부가 플라스틱 감축에 전향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엔 플라스틱 협약' 초안의 주요 쟁점. 그래픽=이지원 기자

'유엔 플라스틱 협약' 초안의 주요 쟁점. 그래픽=이지원 기자


플라스틱 생산 제한 vs 재활용 강화

핵심 쟁점은 '플라스틱 생산 제한'과 '폐기물 관리 강화' 중 어떤 쪽에 힘을 줄 것이냐다. 유럽연합(EU)은 생산량을 못 줄이면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본다. 반면, 산유국과 플라스틱 제품 생산국들은 폐기물 관리만 제대로 하면 해양 오염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 일본,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힘 있는 국가들이 재활용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플라스틱이 초래하는 환경 오염을 끝내는 목표 시점을 2040년으로 잡자'는 EU와 미국의 입장을 두고도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유국과 플라스틱 생산국은 각국이 처한 상황에 맞춰 시점을 정하거나 목표 연도를 못 박지 말자고 주장한다. 폴리머나 비스페놀 등 플라스틱 원료까지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과 원료의 유해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도 팽팽하게 나뉜다.

한국 "국내 산업계 영향, 신중한 접근"

우리 정부는 플라스틱 감축에 다소 소극적이다. 한국은 중국·미국·독일·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5번째로 플라스틱 제품을 많이 만든다. 이 때문에 생산량을 규제하기보다는 마구잡이로 버리지 못하게 하거나 재활용 비중을 끌어올리자는 의견에 힘을 보탠다.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는 목표 연도를 두고도 합의 문서에 당장 적시하기보다는 신중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경단체들은 전 세계 플라스틱의 99%가 석유에서 생산되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가 국내 석유화학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의식해 협약을 약화시키려 한다고 비판한다.

김찬우 전 외교통상부 기후변화대사가 13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플라스틱 협약과 환경외교 분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김찬우 전 외교통상부 기후변화대사가 13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플라스틱 협약과 환경외교 분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적극 대응해야 산업적 기회도 온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시대 흐름을 외면하고 머뭇거리다가 큰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플라스틱 오염에 적극 대처해야 바다도 살리고, 우리 산업도 새 먹거리를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 외교 전문가인 김찬우 전 기후변화대사는 "어떤 의제가 한번 국제적인 공감을 얻어 방향이 정해지면 관련 산업은 자연스럽게 발전한다. 플라스틱 감축과 관련해선 큰 방향이 이미 정해진 만큼 적극 대응해야 미래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지구가 더 뜨거워져선 안 된다'는 국제적 공감대 속에서 친환경 산업이 성장하고 있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는 얘기다.

외교 현장에선 기후변화 대응 다음으로 최우선 국제 환경 의제가 플라스틱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대사는 "기후변화 대응에 부정적이던 중국도 결국 국제적 압력 앞에서 전향적으로 입장을 바꾸지 않았나"라며 "플라스틱도 마찬가지 길을 걸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종 플라스틱 협약 내용은 내년 중순 각국이 참석하는 전권외교회의에서 확정된다. 11월 부산의 정부 간 협상위원회 마지막 회의는 협약 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보 특별취재팀
팀장 : 유대근 기자(엑설런스랩)
취재 : 진달래·원다라·이서현 기자(엑설런스랩), 조영빈(베이징)·허경주(하노이) 특파원, 한채연 인턴기자
사진 : 이한호·최주연·정다빈 기자
영상 : 박고은·김용식·박채원 PD, 제선영 작가, 이란희 인턴PD

※<제보받습니다> 한국일보는 해양 쓰레기 문제를 집중 취재해 보도해 나갈 예정입니다. 해양 쓰레기 예산의 잘못된 사용(예산 유용, 용역 기관 선정 과정의 문제 등)이나 심각한 쓰레기 투기 관행, 정책 결정 과정의 난맥상과 실효성 없는 정책, 그 외에 각종 부조리 등을 직접 경험했거나 사례를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다면 제보(dynamic@hankookilbo.com) 부탁드립니다. 제보한 내용은 철저히 익명과 비밀에 부쳐집니다.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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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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