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깜짝 감소 후 증가 전환
주담대 3개월 새 16조 원 늘어
올해 2분기 가계 빚 규모가 다시 증가로 전환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가 살아나면서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6월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96조2,000억 원으로 3월 말보다 13조8,000억 원(0.7%) 늘었다. 1분기 3조1,000억 원 반짝 감소에서 한 분기 만에 플러스(+)로 복귀한 것이다. 지난해 3분기(+17조1,000억 원)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결과, 2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지난해 말 기록한 종전 최대치(1,885조5,000억 원)를 가뿐하게 넘어섰다. 가계신용은 가계대출에 판매신용(신용카드 사용액 등 외상거래)을 더한 것으로, 포괄적인 가계 빚 현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가계대출 잔액이 1,780조 원으로 3개월 새 13조5,000억 원 불어난 영향이 컸다. 이 중 대부분은 주택담보대출(1,092조7,000억 원)인데, 1분기보다 증가세가 눈에 띄게 확대(12조4,000억 원→16조 원)됐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늘어난 주택 매매가 시차를 두고 대출 실행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지난해 4분기 13만1,000호에서 올 1분기 13만9,000호, 2분기 17만1,000호로 껑충 뛰었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687조2,000억 원)은 상여금 등 계절적 요인이 사라지면서 2조5,000억 원 줄어드는 데 그쳤다. 1분기 감소 폭(13조2,000억 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대출 창구별로 보면 예금은행의 주담대가 16조7,000억 원 증가했고, 기타대출도 6,000억 원 확대됐다. 공적 금융기관과 보험·카드사 등을 포함한 기타금융기관 가계대출 잔액 규모도 커졌지만, 증가 폭은 1분기 4조 원에서 2분기 1,000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1분기 자체 재원으로 나갔던 디딤돌·버팀목 등 주택도시기금 대출이 2분기에는 은행 재원 중심으로 실행됐기 때문이다. 상호금융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은 3조9,000억 원 줄었다.
신용카드 등 외상 구매한 결제대금 중 미결제 잔액을 뜻하는 판매신용 역시 소폭 늘어 가계신용 잔액 증가에 기여했다. 2분기 말 판매신용 잔액은 116조2,000억 원으로, 1분기 2조3,000억 원 감소에서 3,000억 원 증가로 돌아섰다.
가계 빚이 다시 늘긴 했지만, 과거만큼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한은 평가다. 김민수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2010~2019년 중 분기별 가계신용 증가 폭은 20조 원을 소폭 상회하고,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빨랐던 2020, 2021년은 분기 평균 30조 원 넘게 증가했다”며 “올해 2분기까지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이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 및 은행권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와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등 정책 효과를 우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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