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금리 올린 은행권 비판
오락가락 정책, 정부 책임은?
손님이 부쩍 많아지네요. 대출 규제 도입 전까지는 계속 이럴 것 같아요.
부동산 공인중개사
17일 찾은 경기 성남 분당구 한 부동산 사무실에는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이날 오전에만 집을 보러 온 손님이 다섯 팀이 넘었다고 했다. 공인중개사는 더운 날씨에도 한 집이라도 더 미팅을 잡으려 연신 전화를 돌렸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잠잠했던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 값은 이달 둘째 주까지 21주 연속 상승했다. 상승폭도 커지면서 신고가가 쏟아진다. 천정부지로 급등한 수도권 집값에 문재인 정부 시절의 '패닉 바잉(공황 구매)'을 떠올리는 이도 적잖다. 가계부채는 역대 최고치(6월말 기준 1,896조2,000억 원)로 치솟았다.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준 당국이 초래한 일이라는 게 중론이다. 특히 7월 도입 예정이었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 시행을 불과 엿새 앞두고 돌연 9월로 연기하면서 영끌족을 부추겼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화살을 엉뚱하게 은행권으로 돌린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0일 19개 국내은행 은행장들을 불러 놓고 "은행권의 고수익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며 "은행 스스로 왜 비판받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 달 사이 은행들이 주담대 금리를 20차례 올린 것에 대한 비판이다.
은행권은 억울하다. '누구 때문인데...'라는 말이 턱 끝까지 차오른다. 주담대 금리 인상도 지난달 2일 “성급한 금리인하 기대와 국지적 주택가격 반등에 편승한 무리한 대출 확대는 안정화되던 가계부채 문제를 다시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압박에서 비롯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은행 스스로 더 많은 이자 수익을 올리려 금리를 높인 것이 아니란 얘기다. DSR 규제를 연기하면서 대출 수요를 자극하고, 은행에는 대출금리를 올리도록 유도한 금융당국이 은행을 향해 "왜 비판받는지 고민하라"고 운운하다니 이런 자가당착이 없다.
정책은 방향과 목적이 명확해야 효과를 발휘한다. 그래야 시장 참여자가 예측 가능성을 가지고 자신의 상황에 맞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대출 문턱을 낮춰놓고 가계부채는 잡겠다는 모순적인 신호를 보냈다. 그 결과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계속 올렸음에도 7, 8월에만 가계부채가 10조 원이나 늘었다. 애꿎은 은행 탓을 하기 전에 금융당국 스스로 시장에 예측 가능성을 주고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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