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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문화공간에 카페·맥줏집...시민들 "이게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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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문화공간에 카페·맥줏집...시민들 "이게 맞나"

입력
2024.08.22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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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트플랫폼에 맥줏집 문 열어
상상플랫폼서는 커피·빵·맥주 팔아
시민사회·문화예술인들 거센 반발

지난 19일 찾은 인천 중구 한국근대문학관 옆 인천 아트플랫폼 H동에 자리한 맥줏집 모습. 인천 아트플랫폼은 당초 예술인들의 작품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됐다. 이환직 기자

지난 19일 찾은 인천 중구 한국근대문학관 옆 인천 아트플랫폼 H동에 자리한 맥줏집 모습. 인천 아트플랫폼은 당초 예술인들의 작품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됐다. 이환직 기자

"안 어울려요."

지난 19일 오후 인천 중구청 인근 인천아트플랫폼. 근대 개항기와 1930~40년대 지어진 오래된 건물들을 리모델링해 전시장, 공연장 등으로 쓰고 있는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길가 1층에 자리한 맥줏집이었다. 붉은 벽돌 건물 일색인 거리에서 유리로 된 외벽에 빨간색과 노란색의 커다란 글씨와 호랑이 그림이 붙어 있는 맥줏집은 도드라지는 동시에 이질적이었다. 인근 개항장 거리와 차이나타운을 보러 왔다는 20대 여성은 "옛 모습이 남아 있는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맥줏집 자리에는 당초 인천 관련 책들을 수집·전시·판매하는 북카페가 있었다. 2018년 11월 문을 연 북카페 '인천서점'은 운영자 사정으로 지난해 11월 문을 닫았다. 이에 인천아트플랫폼을 운영하는 인천문화재단은 이곳을 음악 공연 시설로 쓰기로 하고, 지난 4월 새 사업자를 선정했다. 무대와 음향시설을 갖추되 주류를 포함한 간단한 식음료를 팔수 있게 했는데, 그 결과 맥줏집이 들어섰다.

그러나 유명 수제 맥주 양조장과 노포 등이 도보로 몇 분 거리에 즐비한 상황에서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한 인천아트플랫폼에 주류 판매 시설을 유치한 데 대해 문화예술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예술인에게 작업실과 전시공간을 제공하는 등 작품 활동을 지원하는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2009년 조성이 시작됐다. 이종구 전 인천문화재단 대표는 "인천아트플랫폼은 입주 작가 공모 경쟁률이 20대 1에 이를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곳"이라며 "하지만 재단이 갑자기 시설 활성화를 한다면서 술집을 끌고와 상실감이 크다"고 말했다. 지역 문화계의 다른 인사도 "주변 상권까지 침해하면서까지 사업을 추진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허탈해했다.

인천 중구 상상플랫폼 모습. 인천시 제공

인천 중구 상상플랫폼 모습. 인천시 제공

인천아트플랫폼에서 1㎞가량 떨어진 인천내항에 위치한 또 다른 복합문화공간 상상플랫폼도 입방아에 올랐다. 1978년 만들어진 길이 270m, 폭 45m의 아시아 최대 크기 폐곡물창고를 리모델링해 지난달 정식 개관한 이곳에 대형 베이커리 카페만 두 곳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상상플랫폼 1층과 2층 일부에는 프랜차이즈 카페가, 4층 전체에는 수제 맥주, 빵을 파는 카페가 들어서 있다.

상상플랫폼은 당초 전체 연면적 2만6,256㎡의 70%는 민간에서, 나머지 30%는 인천시에서 리모델링해 각각 사적·공적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사적 공간에는 미술관·공연장·체험시설 등이, 공적 공간에는 창업공간·소공연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업자의 사업 포기 선언과 공사비 조달 문제로 인천시가 사업을 떠안았다. 이 과정에서 시설 활용 계획도 바뀌었다.

이희환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대표는 "주변 소상공인에게 피해가 가든 말든 사람만 끌어모으면 된다는 근시안적 구상이자 상상력의 빈곤"이라며 "상상플랫폼은 인천내항 재개발의 마중물 같은 사업이지만 항만은 없이 카페만 남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인천문화재단 관계자는 "서양 음악의 관문이었던 지역 정체성을 살려 음악 공연 시설 설치를 계획한 것인데 당황스럽다"며 "사업자는 수입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주류 판매는) 불가피한 점이 있다"고 해명했다. 인천관광공사 관계자는 "베이커리 카페가 복합문화공간이자 관광지가 되는 게 요즘 추세"라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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