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옥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원장 인터뷰]
미주 지역 '대한여자애국단' 설립 105주년
해외 여성독립운동사 집대성한 책 3권 나와
"적어도 세계에 한국의 여성 독립운동가를 알리는 기관이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제시대에 여성이 주도한 독립운동'이라는 한 우물을 파고 있는 심옥주(52)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원 원장은 최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2009년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원을 세운 이후 15년 동안 심 원장이 찾아낸 여성 독립운동가는 479명. 이번에는 태평양 너머 묻혀 있던 여성 독립운동의 새 역사를 캐냈다. 미국, 멕시코, 쿠바에서 "치열하고 절절하게" 펼쳐졌던 대한여자애국단의 활동상을 총정리한 '대한여자애국단' 3권 시리즈를 최근 출간하면서다.
멕시코·쿠바서도… 대한여성은 독립운동했다
1919년 조직된 대한여자애국단 창설 105주년을 기념하는 책에는 대한여자애국단의 독립운동 활약상을 고증하는 역사적 사료가 담겨 있다. 심 원장이 2018년 이후 세 차례 현장 조사를 하고 현지 교민 신문인 '신한민보' 등의 기록을 뒤져 찾아낸 결과물이다. 11개로 알려져 있던 대한여자애국단의 전 세계 지부가 14개로 확인됐고, 멕시코와 쿠바 지부에서의 구체적 활동도 밝혀냈다. 심 원장은 "개별 연구서 한 권 없던 대한여자애국단에 대해 처음으로 정리한 연구서"라며 "신한민보만 봐도 어디 사는 누가 (독립운동 자금으로) 얼마를 냈다는 등의 (대한여자애국단 관련) 기록이 세세하게 남아 있는데, 그동안 아무도 여기 관심을 갖는 연구자가 없었다"고 했다.
심 원장은 우연한 계기로 대한여자애국단과 만났다. 2년 전 독립운동가 후손인 윤행자 광복회 미국 서북부지회 회장이 한인 청소년 대상 특강을 심 원장에게 부탁하면서다. 심 원장은 "한인 청소년들이 서 있는 그 땅에서 (일제시대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겠다 싶어 강의를 준비하다 6년 전 수집한 자료를 들췄고, 멕시코와 쿠바에까지 뻗어나갔던 대한여자애국단과 만났다"며 "이걸 기록으로 꼭 남겨야겠다 싶었다"고 했다.
일제의 영향력 바깥에 있던 조선의 여성들은 대한여자애국단을 만든 후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멕시코 메리다, 쿠바 마탄사스·하바나·칼데나스 등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돈과 솜옷 등을 모아 조선으로 보냈고, 독립의 길을 찾아내기 위한 토론도 자주 붙였다. 미국 정부에 일제 탄압을 알리는 청원을 넣기도 했다.
"여성 독립운동가 연구, 여전히 부족해"
대한여자애국단의 역사가 묻혀 있었던 건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학계와 정부의 홀대, 무관심 때문이었다.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여성 독립운동에 대한 관심이 달아올랐다가 금세 식었다.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에도 여성 독립운동 전공자는 한 명도 없다. 국사편찬위원회 발간 자료에서 대한여자애국단 관련 기술은 달랑 1장뿐이다. 심 원장은 "연구의 저울 추가 남성 독립운동가에게로 기울어져 여성 독립운동가 연구는 안 되고 있다"며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여성 독립운동 연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2009년 부산에서 출범한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원은 민간기관으로 15년을 내달려왔다. 정부 지원 없이 버티다 보니 뜻을 품고 연구원을 찾아왔던 젊은 연구자들이 떠나기를 수없이 반복했다고. 심 원장은 "공공영역에서 할 수 없는 것을 자비를 들여 해내고 있다"며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포기하지 않도록 정부도 함께 고민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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