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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차별' 반대하고 '이념 전쟁'에 선 긋는 한동훈...尹과 조용한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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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차별' 반대하고 '이념 전쟁'에 선 긋는 한동훈...尹과 조용한 차별화

입력
2024.08.22 17:00
수정
2024.08.22 20:36
4면
0 0

한동훈, '외국인 최저임금 차별' 반대
윤 대통령 촉발 '반국가세력' 논란도 침묵
외연 확장 위한 '차별화'지만 한계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취임 한 달을 맞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조용한 정치적 차별화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외국인 최저임금 차등 적용' '반국가세력 발언' 등 대통령실의 우클릭에 반대하거나 침묵하는 식이다. 당 내부에서는 "중도·수도권·청년층(중수청) 공략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 무혐의를 두고는 “검찰이 법리에 맞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고 옹호했다. 대통령실에 거리를 두되 갈등 폭발은 피하려는 줄타기로 풀이된다.

윤 "외국인에 최저임금 차등" vs 한 "문제 생길 수 있어"

한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구분적용’ 세미나에 불참했다. 5선 중진이자 전당대회 경쟁자였던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행사라 '전당대회 앙금이 남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한 대표 측 설명은 다르다. "한 대표는 외국인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법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라 불참했다는 것이다. 정치적 이미지를 연출하기보다, 정책적 소신을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한 대표는 실제로 지난달 국민의힘 전당대회 토론회에서 "외국인에게 최저임금을 차등지급하는 것은 국제노동기구(ILO) 차원의 문제가 있다"며 반대했다. ILO가 규정한 '차별금지 위반'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윤 대통령 입장과 정반대다. 윤 대통령은 '외국인 유학생, 결혼 이민자 가족을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가사 노동자로 활용하자'(4월 민생 토론회 점검회의)고 주장했다. 유혜미 대통령실 저출생대응수석비서관도 KBS 라디오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에 대해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상황에서 '비용이 낮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며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시사했다.

나경원(앞줄 왼쪽 네 번째)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국회에서 개최한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구분 적용' 세미나에서 추경호(두 번째) 원내대표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동훈 대표는 불참했다. 뉴시스

나경원(앞줄 왼쪽 네 번째)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국회에서 개최한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구분 적용' 세미나에서 추경호(두 번째) 원내대표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동훈 대표는 불참했다. 뉴시스


'이념 전쟁'에 침묵하고... 진보 어젠다 끌어안고

윤 대통령의 '반국가세력' 발언에 침묵하고 있는 것도 한 대표 차별화 전략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념 갈등'을 부추길 수 있는 윤 대통령 발언이 보수층 결집에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외연확장을 내건 한 대표에게는 긍정적일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실제 윤 대통령 발언 이후 한 대표가 이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것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는 "침묵을 통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친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한 대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장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서도 유연한 입장이다. 한 대표는 이달 초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은 민생 관련 대안을 내놓는데 우리가 반대만 하는 것은 책임 있는 여당 모습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더라도 고민해서 대안을 제시하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 법에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극단적 이미지'와 차별화, '선택적 침묵' 지적도

한 대표는 취임 한 달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반도체 특별법 추진’ ‘취약계층 전기료 지원’ ‘청년 고독사 문제 해결’ 등을 추진했다. 보수와 진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정책들이다. 당내에 격차해소특별위원회를 신설해 진보 진영의 고유 어젠다인 '양극화 해소'에도 시동을 걸었다. 당 관계자는 "한 대표가 극단적 이미지가 강한 윤 대통령·이재명 대표와 차별화하려는 전략"이라고 했다.

다만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고비가 있다는 평가다.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팩트와 법리에 맞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고 옹호한 부분이나 ‘자질 논란’에 휩싸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채 상병 사망 사건’에 연루된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두고 말을 아끼는 부분들이다. 여권에서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정면으로 맞서는 데 부담을 느껴 선택적 침묵을 하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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