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송한 공문 "직접 가져와라"
직원에 실수 유도한 뒤 경고
폭언·욕설 자료 제출 요구
직원들 "갑질 근절" 시위까지
전남 목포에 위치한 단위농협이 한 임원의 직장 내 갑질 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목포농협 직원 8명은 지난해 8월 비상임감사로 선출된 A씨가 사무실 직원들에게 사사건건 징계를 주겠다며 폭언을 일삼거나 과도한 자료를 요구해 업무를 마비시키는 행위가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A씨를 직장 내 갑질 혐의로 고용노동부와 농협 본사에 고발하자, A씨가 목포농협 관계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등 임직원 간 고소·고발전까지 난무하고 있다.
2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농협중앙회가 A씨에 대한 직장 내 갑질 여부를 조사 중이다. 지난 3월 22일 일부 농협 직원들은 "고위 간부인 A씨로부터 직장 내 갑질에 시달리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와 농협중앙회 조사를 요청했고, 4~5월엔 목포농협에서 "직원을 보호해야 할 감사가 오히려 욕설과 폭언을 일삼는다", "피해자는 우울증으로 죽어간다" 등 직장 내 갑질 근절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전개했다.
A씨는 갑질은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됐다. 한 농협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회사 임원와 무슨 얘기가 오고 갔는 지 보고할 것을 강요하며 징계를 내리겠다고 욕설을 퍼붓거나, 이미 발송한 공문을 농협 직원에게 자신의 회사까지 직접 들고 오라는 등 갑질을 일삼았다. 또 직원에게 실수를 유도한 뒤 이를 통해 압박하는 등 갑질 행위가 반복됐다는 것이 목포농협 직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직원들은 감사업무를 보는 A씨의 자료 요구로 인한 업무 과중도 호소하고 있다. 그는 올해 1월 결산감사 당시 목포농협 신용과, 기획과, 총무과에 전산 관리되고 있는 경비 지급회의서 1년치를 육하원칙에 따라 건별로 세세하게 작성해 다시 제출토록 요구했다. 결국 농협 직원들은 밤을 세며 수 천건에 달하는 경비 지급 내역서를 일일이 분석해 제출해야만 했다.
A씨의 갑질이 극에 달하자 직원들은 지난 4~5월 3차례에 걸쳐 직장 내 갑질 근절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전개했다. 그러나 A씨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했다. 익명을 요구한 목포농협 한 관계자는 "과도한 자료요구와 반복되는 폭언으로 인해 정상적 업무 수행이 어려울 지경"이라며 "자료를 요구한 뒤 특정감사나 경찰수사를 받게 하겠다는 등 으름장을 놓는 탓에 직원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목포농협 일각에선 A씨의 과도한 자료 요구와 직원들에 대한 갑질이 조합장 선거 결과와 무관치 않다는 의혹이다. 앞서 A씨는 지난 2023년 3월 목포 농협 조합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이에 대해 A씨는 "해당 주장은 사실 무근"이라며 "현재 사법적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입장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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