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한 것에 대해 대통령실이 이틀 연속 “내수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고 밝혀 논란을 빚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22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금리 결정은 금통위의 고유권한”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23일에도 "오히려 독립성이 있으니까 아쉽다고 표현한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금리인하 필요성이 있었다며 정부와 여당이 입을 맞춰 한은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금리 결정이 금통위 고유권한이라 해도 비판조차 용납되지 않는 신성불가침은 결코 아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정부가 중앙은행 금리정책에 대해 왈가왈부하다 논란을 빚는 경우는 허다하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의 이례적 언급은 중앙은행 독립성을 훼손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적잖다. 글로벌 통화정책 전환기란 민감한 시기에 10월 금통위를 앞두고 자칫 시장에 혼선을 일으킬 위험도 적지 않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만장일치 금리동결 직후 “한은이 유동성을 과잉 공급함으로써 부동산 가격 상승의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금리를 높게 유지함으로써 내수 부진을 더 가속할 위험이 있다”고 언급했다. 금리동결의 부작용도 충분히 직시하고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정부·여당이 굳이 안 해도 될 입장을 표명한 건 지금 경기 부진의 책임을 한은의 ‘경직된 통화정책’ 탓으로 돌리려는 의도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대통령실의 언급이 그런 의도라면 이는 ‘유체이탈’ 화법에 가깝다. 그동안 부동산 경기 방어를 위한 각종 저금리 특례대출을 통해 수십조 원의 유동성을 풀어 집값 상승세를 자극함으로써 한은의 통화정책 여지를 위축시킨 건 정작 정부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금리인하를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면 시중금리 추가 하락과 집값 상승 기대감 증폭으로 통화정책 스텝이 더 꼬일 가능성만 커진다. 경기 진작이 절실하다면 정부는 통화정책 시비에 앞서 정부 차원의 대책부터 내실 있게 보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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