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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일간의 ‘상극 대결’ 미국 대선... 펜실베이니아·노스캐롤라이나서 건곤일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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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일간의 ‘상극 대결’ 미국 대선... 펜실베이니아·노스캐롤라이나서 건곤일척

입력
2024.08.25 19:00
수정
2024.08.25 19:2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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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대 트럼프] ①판세
진보 흑인 여성 vs 보수 백인 남성
포기했던 선벨트 공략 나선 민주당
케네디 Jr ‘트럼프 지지’ 변수 부상
실언 트라우마 해리스 TV토론 고비

지난 3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는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 사진)과 6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유세 중인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애틀랜타·필라델피아=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3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는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 사진)과 6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유세 중인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애틀랜타·필라델피아=로이터 연합뉴스

오는 11월 5일(현지시간) 실시되는 미국 대선 매치업이 드디어 확정됐다. 선거를 75일 앞둔 지난 22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집권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을 수락하면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맞대결 구도가 공식화된 것이다. 두 후보는 그야말로 상극이다. 중서부 펜실베이니아주(州)와 남동부 노스캐롤라이나주가 건곤일척 승부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후보 교체 모멘텀

불과 한 달여 전인 지난달 18일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선출될 때만 해도 현 구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공화당 전당대회 폐막 사흘 뒤인 같은 달 21일, 원래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내 반발에 재선 도전을 포기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트럼프는 바이든으로부터 배턴을 이어받은 ‘진보파 흑인 여성’ 해리스와 인종·성별이 다르고 이념도 정반대다. 나이 차이 역시 크다. 트럼프는 78세이고, 해리스는 60세다. 해리스는 트럼프를 ‘자유를 위협하는 이기적 퇴행 세력’으로 묘사하고 있다. ‘무능한 급진 좌파’로 해리스를 규정하려는 트럼프 측 시도는 아직 통하지 않는 모습이다. 후보 교체 모멘텀(동력)에 힘입어 전세를 뒤집은 해리스가 지지율 격차를 벌려 가고 있다. 미국 선거 분석 기관 파이브서티에이트(538·미 대선 선거인단 수를 의미)가 집계한 24일 기준 전국 단위 여론조사 지지율 차이는 3.6%포인트였다(해리스 47.2%, 트럼프 43.6%).

경합주 흔든 기세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2일 후보 지명 수락 연설을 하기 위해 전당대회 행사장인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 무대에 올라 당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시카고=AFP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2일 후보 지명 수락 연설을 하기 위해 전당대회 행사장인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 무대에 올라 당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시카고=AFP 연합뉴스

그러나 미국 대선은 유권자들로부터 많은 표를 얻는다고 승리가 보장되지 않는다. 승패가 주별로 갈리고, 승자가 해당 주 선거인단을 독식(일부 주 예외)하는 독특한 구조 때문이다. 대부분 주가 양당 중 한쪽으로 기울어 있고, 이기면 차지하는 선거인단 수의 균형도 얼추 맞는 상태라 최종 결과를 좌우하는 것은 ‘경합주 승부’다.

미국 선거 분석 사이트 270투윈(270ToWin·270명은 선거인단 과반)이 꼽는 경합주는 펜실베이니아(선거인단 19명), 미시간(15명), 위스콘신(10명), 조지아(16명), 애리조나(11명), 네바다(6명) 등 6개 주다. 공화당의 애초 계산은 조지아·애리조나·네바다 등 ‘선벨트’(일조량이 많은 남부) 3개 주 우위가 넉넉한 만큼,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 등 ‘러스트벨트’(쇠락한 중서부 공업지대) 3개 주 중 한 곳만 가져오면 과반까지 모자란 35명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44명이 부족한 민주당에 선벨트는 언감생심이었다. 4년 전 접수한 러스트벨트를 모두 지켜야 승산이 있다고 봤지만 자신할 수 없었다.

미국 대선 주별 선거인단 수 및 판세. 그래픽=이지원 기자

미국 대선 주별 선거인단 수 및 판세. 그래픽=이지원 기자

이런 판세를 흔든 게 해리스 등판이었다. 선벨트가 요동쳤다. 바이든에게 미온적이던 흑인과 히스패닉이 결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민주당의 애리조나주 공략 의지는 전당대회 폐막 날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마크 켈리 상원의원과 배우자인 개비 기퍼즈 전 하원의원, 루벤 가예고 상원의원 선거 출마자 등 애리조나 유력 정치인이 대거 연사로 나섰다.

민주당 기세는 2020년 대선까지 지미 카터(1976년)·버락 오바마(2008년) 전 대통령 말고는 이긴 적이 없는 ‘공화당 텃밭’ 노스캐롤라이나주까지 탐낼 정도다. 23일 파이브서티에이트는 이번 대선 최대 격전지로 노스캐롤라이나를 지목했다. 미국 버지니아대 선거 분석 사이트 ‘서배토의 크리스털볼’도 이곳을 공화당 우세 지역에서 경합주로 조정했다.

이렇다 보니 러스트벨트 핵심인 펜실베이니아주에 공화당 역시 사활을 걸 수밖에 없게 됐고, 양당 유세전도 가열되는 형국이다. 해리스와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지난 6일 첫 동반 유세에 나선 곳이 펜실베이니아였고, 18일에도 함께 또 찾았다. 트럼프는 지난달 13일 유세 도중 총격을 당한 이곳에서 한 달 남짓 후인 19일 다시 유세했다.

케네디의 영향력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전 대통령이 23일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유세 무대에서 자신을 지지하고 선거운동을 중단한 무소속 후보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와 악수하려 하고 있다. 글렌데일=AF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전 대통령이 23일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유세 무대에서 자신을 지지하고 선거운동을 중단한 무소속 후보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와 악수하려 하고 있다. 글렌데일=AFP 연합뉴스

물론 변수가 적지 않다. 당장 지지율 5% 안팎인 무소속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의 ‘선거운동 중단·트럼프 지지’가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아직 알기 어렵다. 러스트벨트의 케네디 주니어 지지자들 중에는 ‘그가 빠지면 해리스보다 트럼프를 찍겠다’는 응답자가 더 많다.

실언 트라우마가 있는 해리스에게는 다음 달 10일 TV 토론이 고비다. 선거 예측을 번번이 빗나가게 했던 ‘샤이 트럼프’(속마음을 감추는 트럼프 지지자)를 최근 여론조사가 포착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향후 미국 경제나 중동·유럽 전쟁 상황이 어떻게 흐를지도 미지수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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