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이 23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을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했다. 검찰 수사팀의 무혐의 결론에 대해 민간위원들로 구성된 심의위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것이다. 전날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에게서 김 여사에게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보고를 받은 지 하루만이다. 이 사안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큰 상황에서, 수사심의위는 어떤 정치적 고려도 없이 국민 눈높이에 맞춰 사안을 엄중히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 총장은 심의위에서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법리도 검토하도록 명시했다고 한다. 명품백 수수가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 외에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에도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지속됐으나 검찰에선 적극적인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 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는 “청탁의 의미가 섞여 있다” “대통령 직무와 관련성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실제 선물을 받는 동영상에는 대통령 업무 사항에 대한 대화가 오간다. 이런 이유로 명품백이 단지 ‘선물’일 뿐이라는 검찰 결론은 국민의 법 감정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많다.
수사심의위는 비교적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운 검찰 외부 민간위원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지고 증거들을 따져 최선의 판단을 내려 줄 것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위원장인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이 총 250명 안팎의 외부 전문가 그룹 중에서 15명을 무작위로 추첨해서 회의를 소집하게 돼 있다. 심의 결과는 검찰이 참고만 할 뿐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후폭풍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에 수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심의위 회부와 별개로 검찰이 정권과 관련된 사안마다 납득할 만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외부 자문을 받는 사례는 검찰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1월에도 이 총장은 ‘이태원 참사’ 책임자 중 한 명인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기소 여부 판단을 수사심의위에 맡겼다. 수사한 지 1년이 넘도록 기소를 못하다가, 심의위 ‘기소 권고’를 받은 후에야 떠밀려 기소했다. 그만큼 정권 차원의 수사 외압이 강하다는 뜻이지만, 이런 게 반복될수록 검찰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진다는 걸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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