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역량 저하… 여연, 선거 캠페인 짜는 곳 아냐"
"여연, 전문가와 협업하는 구조로… 좋은 질문 던져야"
"총체적으로 당의 역량이 떨어졌다. 두 번에 걸친 총선 참패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우리 당의 체질과 역량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유의동 여의도연구원(여연) 원장은 25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연은 국민의힘의 정책 비전과 공약 개발을 담당하는 별도 법인으로, 1995년에 창설된 국내 최초 정당 싱크탱크다. 30년의 세월이 쌓여 입지를 굳힐 법도 하건만 최근 두 차례 총선에서 연거푸 패하며 위상이 추락했다.
유 원장은 취임 사흘 만에 가진 첫 언론 인터뷰에서 "유권자 지형이 바뀌었다. 정말 다양한 국민들의 질문과 요구가 있는데, 우리는 더불어민주당보다 반응의 속도나 답변의 질이 부족했다"고 반성의 말을 먼저 꺼냈다. 그는 "과거엔 영·호남 등 출신 지역으로 투표 성향을 분류했다. 근래엔 성별 연령대까지 세분화해 정치 성향을 구분한다"면서 "이젠 이런 구분마저 낡았다고 본다. '실력주의'를 선호하는 젊은 층은 진보냐, 보수냐"고 되물었다. 이어 "모든 제품이 개인의 성향과 수요를 파악해 개발되는데 왜 정치권은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는지 자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연, 선거 캠페인 짜는 곳 아냐… 국가 전략 자산 기능해야"
경기 평택에서 3선 의원을 지낸 그는 여당에서 보기 드물게 수도권 지역의 감수성을 갖춘 중도 성향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총선 판세를 예측하지 못했다', '여연으로부터 어떤 조력도 받지 못했다' 등 여연에 대한 낙선자들의 포화가 빗발치는 상황에서 개혁의 중임을 맡았다.
유 원장은 "여연은 선거 캠페인 전략을 짜는 곳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여연이 강했을 때가 우리 당이 강했을 때"라며 "여연은 국가의 비전과 전략을 짜는 곳이다. 국가의 중요한 전략 자산이었던 때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를 수행하고 여기에 맞춘 선거 전략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보수정당의 가치와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보수정당의 핵심 가치는 '공동체 유지'다. 과거 안보나 산업화의 가치를 중시했다면 이젠 양극화와 저출산, 기후위기 등 공동체를 위협하는 요인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문제들은 다층적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가구 간 소득격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맞벌이냐, 외벌이냐의 문제"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일·가정 양립 문제를 풀어야 하고, 이는 저출산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총선 때 우리가 내놓은 답변의 양이 아닌 질이 문제였다"고 강조했다.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단선적 대응이 선거 패인이라는 설명이다.
인권, 노동 등 다양한 의제에 대한 '답' 내놓아야
유 원장은 "정당은 우리 국민이 묻는 모든 질문에 대답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역으로 여연은 우리가 얻고 싶은 답변에 대한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 인권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보수정당이 답을 내놓지 못했던 다양한 의제에 대한 답변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외부에 계시는 좋은 전문가들과 함께 협업하고 여연은 이를 조정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며 "국민의 질문에 대한 답을 준비하는 과정은 선거 때 반짝 하는 게 아니라 꾸준히 해야 하는 것이고 그런 노력을 할 수 있는 곳이 여연"이라고 덧붙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