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 호소
"라카인주 상황, 심각한 경각심 가져야"
미얀마에서 쿠데타 군부와 반군 간 내전이 격화하면서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을 대상으로 한 인도주의적 비극이 계속되고 있다는 국제기구 분석이 나왔다. 미얀마군의 ‘로힝야 대량 학살’이 발생한 지 25일로 꼭 7년이 지났지만, 로힝야 비극은 아직도 끝나지 않는 분위기다.
25일 미얀마 이라와디 등에 따르면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전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얀마에서 2017년 로힝야족을 대상으로 저질렀던 잔혹 행위가 또다시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군부와 소수민족 무장단체 간 충돌이 격화하면서 미얀마 전역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로힝야족이 다수 거주하는 서부 라카인주(州)는 ‘심각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튀르크 대표는 지난해 11월 이후 라카인주에서 미얀마 군정과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소수민족 저항세력 아라칸군(AA) 사이 전투가 빈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무고한 로힝야 민간인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12일에도 라카인주 마웅도 지역에서 내전을 피해 방글라데시 방향으로 향하던 로힝야족 1,000여 명이 무인기(드론)의 폭격에 노출됐다. 이로 인해 200여 명이 목숨을 잃고, 300여 명이 다쳤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도로에 성인과 어린이의 시신 수십 구가 놓여 있는 모습이 올라왔다. 공격 주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게다가 로힝야족은 양측으로부터 노골적 박해까지 받고 있다. AA는 군부에 맞서는 반군 연합 동맹 일원이지만 무슬림인 로힝야족에 매우 적대적이다.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 이슬람을 믿는 로힝야족은 오랜 기간 탄압받아 왔다. 양측이 로힝야족 민간인을 상대의 ‘스파이’로 여기고 사법부 판결도 없이 처형하는 것은 물론, 납치·강제 징집·무차별적 마을 폭격 및 방화를 자행한다는 게 튀르크 대표의 설명이다.
튀르크 대표는 “미얀마 군부가 로힝야족 70만 명을 방글라데시로 몰아낸 학살이 발생한 지 7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라카인주에서 그때의 살인과 파괴를 다시 한번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부와 반군 양측이 민간인 공격을 중단하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이 로힝야족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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