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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선균 유작 함께 보며 나누는 ‘안녕’… ‘애도 상영회’ 열린다

입력
2024.08.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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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 <번외편>이선균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

30일 ‘이선균을 기억하는 시간’ 상영회
유작 ‘행복의 나라’ 본 뒤, 애도 집담회
29일 정오까지 온라인으로 신청... 무료

배우 이선균씨는 영화 ‘행복의 나라’에서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수행비서관 박태주 역을 맡았다. 이 영화는 이선균씨의 유작이 됐다. NEW 제공

배우 이선균씨는 영화 ‘행복의 나라’에서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수행비서관 박태주 역을 맡았다. 이 영화는 이선균씨의 유작이 됐다. NEW 제공

“우린 이선균씨를 충분히 애도하지 못했잖아요.”

최한영(50)씨는 최근 특별한 상영회에 참여를 신청했다. 그를 그리워하는 팬들이 모여 유작 ‘행복의 나라’를 함께 보는 행사다. 최씨는 “그러잖아도 영화 개봉 소식이 들리자마자 ‘꼭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영화를 본 뒤 애도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시간까지 있다고 해 신청했다”고 말했다.

최씨처럼 배우 이선균씨를 좋아했던 이들이 모여 유작 ‘행복의 나라’를 함께 보고 전문가와 ‘애도 집단상담’을 하는 상영회가 열린다. 영화 ‘행복의 나라’ 배급사인 NEW는 상담전문가인 서유지 한국부모교육연구소 소장과 함께 30일 오후 2시 서울 구로구 씨네Q 신도림점에서 ‘이선균을 기억하는 시간’ 상영회를 개최한다. 애도 집단상담은 서 소장이 이끌며 별도 신청자에 한해 비공개로 이뤄진다. 상영회 신청은 온라인 링크(forms.gle/F2Ky69Wc1D4BiGSZA)를

통해서 하면 된다. 29일 정오까지 선착순 65명 한도로 받는다. 참가비는 없다.

지난 14일 개봉한 ‘행복의 나라’는 ‘10·26의 현장엔 김재규만 있었던 게 아니다’라는 게 모티브다. 10·26은 1979년 10월 26일 서울 종로구 궁정동 중앙정보부 안가에서 김재규 당시 중정 부장이 대통령 박정희를 살해한 사건이다. 영화는 그날 김재규를 따르던 육사 출신의 강직한 부하인 수행비서관 박태주와 그의 변호인 정인후를 중심으로 ‘10·26 이후’를 풀어간다. 주인공 박태주를 비롯한 사건 관련자들이 받는 졸속 ‘정치 재판’은 암담한 대한민국의 서막이었다. 박태주 역은 이선균씨가, 변호사인 정인후 역은 조정석씨가 맡았다.

영화 ‘행복의 나라’ 중 한 장면. 이선균(왼쪽)씨는 극중 김재규의 수행비서관 박태주 역을 맡았다. 배우 조정석씨는 박태주의 변호인 정인후 변호사를 연기했다. NEW 제공

영화 ‘행복의 나라’ 중 한 장면. 이선균(왼쪽)씨는 극중 김재규의 수행비서관 박태주 역을 맡았다. 배우 조정석씨는 박태주의 변호인 정인후 변호사를 연기했다. NEW 제공

서 소장은 “이 작품은 이선균씨가 우리에게 남긴 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좋아했던 이들과 그 의미를 나누고 싶었다”고 상영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상영회의 단초는 지난 6월 한국일보 ‘애도’ 시리즈에 출연한 서 소장의 인터뷰였다. ‘애도’는 자살 사별자들의 인터뷰 시리즈다. 인터뷰에서 서 소장은 좋아했던 배우를 자살로 떠나보낸 이후 겪은 상실감과 이를 치유하기 위한 애도의 여정을 공유했다. 기사가 나간 이후 독자들은 “이 기사를 보고 이제야 눈물이 터진다” “그의 죽음으로 나만 헛헛한 게 아니었다. 그 감정의 의미를 깨달았다” “내 마음을 대변해줬다” “그가 정말 보고 싶다” 등의 댓글로 공감을 표했다.

팬들에겐 그래서 이 상영회가 남다르다. 상영회는 물론 애도 집단상담까지 신청한 천가람(36)씨는 “(2010년 방영된) 드라마 ‘파스타’ 때부터 이선균씨를 좋아했다”며 “죽음으로 잊히는 게 아닌 작품으로 그가 기억되고 우리와 함께하고 있음을 되새기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한영씨도 “영화가 지닌 역사성과 더불어 이선균씨의 죽음이 지닌 사회적 의미까지 생각해보는 시간이자 그를 애도하는 방법을 배우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6월 28일 보도된 본보 ‘애도’ 시리즈 5회 “나의 이선균씨, 정말 고마웠어요… 작품으로 당신을 기억할게요” 기사에 달린 댓글 중 일부. 온라인 댓글 캡처

6월 28일 보도된 본보 ‘애도’ 시리즈 5회 “나의 이선균씨, 정말 고마웠어요… 작품으로 당신을 기억할게요” 기사에 달린 댓글 중 일부. 온라인 댓글 캡처

유명인의 자살로 허무함이나 우울함을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서 소장은 “유명인의 죽음은 대중에게 그와 연결된 끈이 끊어진 듯한 감정을 안긴다”며 “그 감정을 표현하고 나누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급사 NEW의 김민지 홍보팀장은 “한국일보의 ‘애도’ 시리즈 기사를 보고 이선균 배우를 그리는 분들을 초청하는 상영회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영화를 보는 데 그치는 게 아닌 이후 애도상담으로 그를 잃은 마음과 감정을 나누는 기회까지 갖게 돼 배급사로서도 뜻깊다”고 밝혔다.

상영관은 NEW에서 마련했지만, 이후의 애도 집단상담은 서 소장이 준비했다. 상담 공간도 따로 사비를 들여 빌렸다. 서 소장은 또 “‘나도 그랬다’며 공감하고, ‘이런 감정을 말해도 되는구나’라고 인정받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며 “슬픔을 흘려보내는 애도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이선균씨는 지난해 12월 사망한 채 발견됐다. 수사 기간 그의 사적인 통화 녹취까지 보도되면서 언론은 물론 수사 정보를 유출한 경찰을 향한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이선균씨가 맡은 박태주는 ‘행복의 나라’에서 인상적인 말을 남긴다. 그 대사가 고인의 현실과 겹쳐지면서 보는 이들을 먹먹하게 만든다.

영화 ‘행복의 나라’ 포스터. NEW 제공

영화 ‘행복의 나라’ 포스터. NEW 제공




김지은 버티컬콘텐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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