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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강기 직접 타봤습니다... 담력만큼 필요한 건 ①지지대 점검 ②하강법 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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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강기 직접 타봤습니다... 담력만큼 필요한 건 ①지지대 점검 ②하강법 숙지

입력
2024.08.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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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 흐릴 땐 대피보다 완강기 선택
완강기 발견→지지대 연결→벨트 꽉
준비 끝나면 '벽 보며 팔 벌리고 하강'
반복 연습 필요... 체험관 13곳 운영

27일 서울 광진구 광나루 안전체험관에서 기자가 완강기 체험을 하고 있다. 세 번째 시도 만에 정확한 자세로 하강할 수 있었다. 이정혁 기자

27일 서울 광진구 광나루 안전체험관에서 기자가 완강기 체험을 하고 있다. 세 번째 시도 만에 정확한 자세로 하강할 수 있었다. 이정혁 기자

"자, 뒤로 누우세요. 괜찮아요. 안 떨어집니다. 발을 벽에서 떼고 누우세요!"

"두 손은 벽 짚으세요. 줄 잡지 말고!"

안전체험관의 목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이론적으론 분명 이해했는데 선뜻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는 지상이 아니다. 가슴에 두른 벨트와 줄에 의지한 채 고층건물 2, 3층에 해당하는 5~6m 높이 벽을 내려오는 건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장 힘든 건 하강 시작에 앞서 마치 뒤로 눕듯 벽에서 발을 떼라는 지시였다. 완강기가 튼튼하면 절대 빠른 속도로 떨어질 리 없다고 배웠는데도 공포감에 누워지질 않았다.

7명이 숨지고 12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경기 부천 호텔 화재를 계기로 고층 건물 밖에서 대피를 돕는 완강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완강기는 창틀과 연결된 로프를 타고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올 수 있는 피난기구로 현행법상 모든 건물의 3~10층에 설치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완강기의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정확하게 사용법을 숙지하지 못한 시민이 대다수다. 실제 부천 화재 때도 호텔 객실에 간이 완강기가 구비돼 있었으나, 이를 통해 탈출하거나 대피를 시도한 투숙객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일보는 27일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산하 광나루 안전체험관을 방문해 화재 상황 시 완강기 사용법을 직접 체험하고 주의사항을 알아봤다.

지지대 홈에 정확히 걸렸는지 확인 중요


우선 완강기를 사용할 때 필요한 장치는 크게 △지지대와 △완강기 두 가지다. 불이 났을 경우 가장 먼저 건물 내 비치된 완강기를 찾아야 한다. 완강기는 설치 장소 인근에 장치가 있다는 알림 표지를 부착하게 돼 있는데, 건물 내 창문 주변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후 완강기가 담긴 상자를 열어 구성품인 △속도조절기 △후크 △도르레(릴) △가슴벨트가 모두 구비돼 있는지 파악한다.

구성품이 확인되면 후크를 속도조절기 상단 구멍에 연결한다. 이어 속도조절기가 달린 후크를 지지대 고리에 건 후, 지지대에서 분리되지 않게 후크 나사를 꽉 조여야 한다. 다음은 지지대를 설치할 차례다. 대체로 지지대는 벽에 고정돼 팔을 창밖으로 펼칠 수 있게끔 구성돼 있다. 일반적으로는 사람이 탈출 가능한 창문 근처에 설치돼 있다. 지지대 팔을 창밖을 향하게 조정해야 하는데,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지지대가 안정적으로 무게를 견딜 수 있게 홈에 정확히 걸렸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 창문 밖 지상 부근을 확인한 후 릴을 창밖으로 떨어뜨린다. 가슴벨트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쓰고 안전고리가 뒤틀리지 않도록 가슴 쪽으로 오게 해야 한다. 가슴벨트는 허리로 내려오지 않게 겨드랑이 부근에서 안전고리를 가슴 쪽으로 잡아당겨 꽉 조인다. 그리고 착용한 줄의 반대편 줄을 잡아당겨 가슴벨트를 팽팽하게 만든다.

뛰어내리기 위한 준비 단계에선, 상체보다 하반신이 먼저 내려가게끔 창문 쪽에 걸터앉는 자세를 취한다. 이어 벽을 바라본 채로 조금씩 발을 떼고 내려와야 한다. 내려올 때는 흔들림으로 인한 벽 부딪힘을 방지하기 위해 양팔을 벌리고 중간중간 벽과 간격을 유지할 수 있게 손으로 벽을 짚는다. 벽을 가볍게 밀어낸다고 생각하면 쉽다. 이때 만세하듯 양팔을 높이 들면 안 된다. 벨트에서 몸이 빠져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강 뒤엔 가슴벨트를 벗은 후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다.

하강 두려움 있어도... 벽과 거리 유지 관건

가장 힘든 건 하강에 대한 두려움으로 정확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특히 줄을 잡고 뒤로 누워야 하는데 겁에 질려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진짜 괜찮은 거죠?" 교육관에게 여러 번 안전을 확인하고 나서야 뒤로 누울 수 있었다. 두 손도 문제였다. 벽을 짚어야 하는데 긴장한 나머지 계속 줄을 계속 잡았다.

하강 시 "발을 벽에서 떼라"는 교육관 지시가 계속 있었지만 긴장한 탓인지 잘 들리지 않았다. 김창호 안전체험관 운영주임은 "정상 착용했다면 가슴벨트가 겨드랑이에 걸려 몸이 빠질 위험이 없으니, 하강 시에는 두 손을 벌려 벽과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발도 벽에 붙이지 말고 그대로 내려오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완강기 사용법 6단계. 그래픽=김대훈 기자

완강기 사용법 6단계. 그래픽=김대훈 기자

두 번째 시도는 처음보다 나았다. 수월하게 몸을 뒤로 젖혔고, 발을 벽면에서 뗀 채 내려왔다. 그러나 여전히 두 손은 줄을 잡은 모습이었다. 마지막 세 번째 시도 끝에야 발을 벽에서 떼고 두 손으로 벽을 짚으며 내려왔다.

이처럼 반복 연습은 실전에서 완강기 사용에 큰 도움을 준다. 일반 시민도 소방이나 교육 당국, 지자체 등이 지역별로 운영하는 안전체험관에서 직접 완강기를 체험하고 배울 수 있다. 소방청 산하 안전체험관은 현재 13곳(서울 광나루, 서울 보라매, 부산, 광주, 인천, 대구, 울산, 경기, 충북, 충남, 전북, 경남, 제주)에서 운영 중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완강기뿐 아니라 위급 상황 시 사용할 수 있는 피난기구에 대한 체험 및 교육 기회를 더욱 확대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완강기 주의사항 Q&A. 그래픽=김대훈 기자

완강기 주의사항 Q&A. 그래픽=김대훈 기자



오세운 기자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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