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동결에 용산 "아쉽다" 반응에 반박
"구조적 문제 누증이 통화·재정정책 제약
금리 동결, 악순환에 경각심 주려는 측면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가계부채 폭증과 부동산 가격 상승세 등과 관련해 "우리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들이 지난 수십 년간 누증돼 이제는 통화·재정 등 단기 거시정책 선택을 제약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지난 목요일 금리 결정이 좋은 예"라고 자평했다.
이 총재는 27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한은 공동 심포지엄 폐회사에서 한은이 장기 구조개혁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2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좀 더 커졌다"면서도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는 만큼 정부 부동산 대책의 효과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역대 최장기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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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 결정 이후 대통령실에서 이례적으로 "아쉽다"는 논평이 나오는 등 현재 내수 둔화에 대응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안타까운 것은 이 논쟁이 현 상황에서 최적 결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뒀다는 것"이라며 "왜 우리가 지금 금리인하를 망설여야 할 만큼 높은 가계부채와 수도권 부동산 가격의 늪에 빠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성찰은 부족해 보인다"고 응수했다.
그는 가계부채 누증 원인에 대해 "다음 정부로 미루는 것이 편한 선택이었고, 국민들도 고통을 수반한 구조조정에 반감을 보이기 때문에 이에 부응하는 것이 당장은 무리 없었을 것"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가격, 특히 강남 부동산 초과 수요가 상시 잠재해 있는 배경으로 '입시경쟁'을 지목했다. 그는 "자녀가 학교 갈 나이가 되면 서울로, 강남으로 진입한다. 자녀의 대학 입학 후엔 다음 세대가 같은 목적으로 진입을 기다리고 있다"며 "교육열에서 파생된 끝없는 수요가 강남 부동산 불패 신화를 고착시켰다"고 일갈했다.
이 총재는 이번 금통위 결정에 "한 번쯤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에 대한 경각심을 주고, 이번 정부가 지난 20년의 추세를 처음으로 바꿔주는 정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 날 때 지붕을 고쳐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우리에겐 해 날 때를 기다려 구조개혁을 추진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가계부채가 이미 전 세계 최상위권 수준인 만큼 "더 증가하면 경제성장률을 낮추고 정도가 지나치면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이 총재는 "고통을 인내하고 구조개혁을 실천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며 "단기적인 재정·통화·거시건전 정책을 통한 정부 간 공조와 장기적인 구조개혁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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