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면전 확대 피했지만 불확실성 여전
이스라엘·하마스 정치 셈법에 휴전 요원
"헤즈볼라 공습, 이란 전면전 회피용" 해석도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 간 대규모 충돌 후유증이 지속되고 있다. 각자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꾀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양측 입장 차이 탓에 가자지구 휴전 협상은 공전만 거듭하고 있다. 이에 전 세계 시선은 헤즈볼라의 '뒷배'인 이란에 쏠리고 있다.
'전쟁 지속' 네타냐후 vs '영구 휴전' 신와르 입장 차 여전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 전면전이나 확전은 우선 피할 수 있게 됐지만 중동 지역의 갈등은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모하마드 호세인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은 연설을 통해 "(하마스 정치지도자였던) 순교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피에 대한 '저항의 축'(이란 중심 반서방·반이스라엘 동맹)과 이란의 복수는 확실하다"며 "어제 본 것처럼 저항의 축은 개별적이고 독립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대(對)이스라엘 보복 의사를 재천명하는 동시에 여러 전선에서의 추가 공격 가능성도 내비친 셈이다.
앞서 지난달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하니예가 이스라엘 공격으로 암살된 뒤 이란은 보복을 공언했고,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25일 전투기 100여 대와 미사일, 무인기(드론) 320기 등을 동원한 공습을 주고받았다.
현재 역내 전쟁 확산과 가자지구 전쟁 휴전 여부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나 야히야 신와르 하마스 수장에게 달려 있다는 평가가 다수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정치적 입지 때문에 가자지구 휴전 협상 체결에는 소극적이다. 전쟁 지속이 자신의 정치생명 연장에 유리한 네타냐후 총리는 '필라델피 회랑'(이집트와 가자지구 사이 국경 완충 지대) 이스라엘군 주둔 지속을 주장하고 있고, 가자지구 내 권력 유지를 원하는 신와르는 영구 휴전과 이스라엘군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변수는 이란… 향후 확전 여부에 영향"
헤즈볼라의 공습을 후원한 이란의 향후 움직임도 결정적 변수 가운데 하나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격 당일 "전쟁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며 "항상 총을 들고 (싸우는) 있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라는 애매모호한 발언을 내놨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중동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은 어떤 식으로든 보복할 가능성이 높지만 정도와 시점은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찰스 브라운 미국 합참의장도 이날 "예정됐던 두 가지 일 중 하나(저항의 축을 동원한 보복)는 이미 벌어졌고, 이제 두 번째 일(이란의 직접 보복)이 어떻게 전개될지가 관건"이라면서 "이란의 대응이 향후 중동 분쟁 확산 여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저항의 축' 당사자들이 하니예 암살에 대한 이란의 보복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라고 WP는 덧붙였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의 국방부 장관인 무함마드 알아티피는 25일 "적(이스라엘)의 범죄에 대한 지하드(성전) 및 저항의 축의 대응은 필수적이라는 점을 재확인한다"며 더 강경한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란, 헤즈볼라 공격을 전면전 회피용으로"
다만 이란이 이번 헤즈볼라의 보복 공격을 확전 회피용 은폐막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은 WSJ에 "이란은 저항의 축 구성원들과 항상 같은 셈법하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란이 공격하거나 추후 개입할 것이라는 가정을 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대니 시트리노비츠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 연구원은 WSJ에 "오히려 헤즈볼라의 이번 공격이 이란에는 긴장 완화 기회를 제공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모스 야들린 전 이스라엘 군사정보국장은 이란의 전면전 회피 이유에 대해 △미군의 중동 내 병력 증강 △이스라엘의 '강력 보복' 약속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의 서방과의 관계 개선 의지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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