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의대 증원 유예 두고 입장차
의정 갈등 해법을 둘러싸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25일 한 대표가 ‘2026년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를 중재안으로 제시한데 대해 대통령실은 ‘여러 제안 중 하나’라고 일축했지만, 한 대표가 이를 다시 주장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2,000명 증원을 고수하며 의료계와 대결을 고수하고 있지만, 한 대표가 정면으로 ‘국정운영 변화’를 요구하면서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닫는 분위기다.
한 대표는 27일 저녁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의료개혁의 본질과 동력을 유지하되 국민 건강이라는 절대적 가치에 대한 국민 불안감을 덜어드리기 위해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저는 2025년 입시요강으로 발표된 증원을 시행하되, 2026년에는 증원을 1년간 유예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더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 발언은 대통령실을 정조준한 것이다. 앞서 한 대표 측은 지난 25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나 대통령실에 ‘2026년 의대 정원 계획 보류안’을 전달해 달라고 한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26일 오전 한 대표 제안을 거절했다. 이어 대통령실은 "회의석상에서 한 대표의 중재안이 논의된 바 없다. 여러 가지 경로로 다양한 제안들이 들어온다. 그러나 정부 방침에 변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이 한 대표의 제안을 평가절하하자 한 대표가 대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한 것이다. 한 대표 측 관계자는 “한 대표의 절충안은 개인 의견이 아니라 당 지도부 전체의 의견”이라며 “의사 출신인 인요한 최고위원이 여러 의료현장의 얘기를 듣고 의견을 종합해 내린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지도부 다른 관계자는 “한 대표는 ‘2026년 의대 정원 보류안’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며 “대통령실이 거부하려면 다른 대안을 가져와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가 강경하게 내달리는 배경에는 "당이 민심에 더 가깝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29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예고에, 응급실 의사 부족 등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의료대란 징후가 현실로 연결된다면 후폭풍은 고스란히 당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계파와 무관하게 “의대 갈등이 지나치게 길어지고 있어 돌파구가 필요하다”, “윤 대통령도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한 대표는 28일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여당 의원들을 소집해 의정 갈등 해법을 청취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대통령실에게 ‘당심을 보여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윤 대통령도 물러설 뜻이 없다는 점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인내심을 갖고 의료개혁을 완수해야 지방 시대가 열린다"며 "정부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의대 증원 문제가 의료개혁 과제뿐 아니라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 시대 과제와도 직결돼 있다는 취지다. 친윤석열계 일부에서는 한 대표가 ‘소극적 중재’에 나섰다가 거절당하자 '언론 플레이'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실·정부와 협력해야 할 여당 대표가 자기 정치를 위해 ‘각을 세우고 있다’는 불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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