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공적 행위는 면책" 연방대법 주문에
스미스 특검, 일부 혐의 지우고 공소장 변경
'선거 결과 인증 거부 종용' 핵심 혐의는 유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로 기소했던 특별검사가 27일(현지시간) 이 사건의 새로운 공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대통령의 재임 당시 공적 행위에는 절대적 면책특권이 인정된다'는 연방대법원 결정에 따라 일부 공소사실을 삭제하되, 핵심 혐의는 더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보다 정교하게 논리를 다듬은 '공소장 변경'인 셈이다.
물론 이 사건은 1심 선고조차 오는 11월 5일 대선 전에 나오기 힘든 상태다. 하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불리는 대선 결과 전복 시도 사건이 다시 선거 쟁점으로 부상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측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1·6 의사당 폭동' 선동 등 핵심 공소사실 유지
미국 뉴욕타임스와 CNN방송 등에 따르면, 잭 스미스 특검은 이날 워싱턴 연방법원에 36쪽 분량의 새 공소장을 제출했다. 45쪽에 달했던 기존 공소장에서 연방대법원 주문을 반영해 '대통령의 공적 행위'로 해석될 수 있는 혐의를 들어냈지만, 전체적 구성은 그대로 유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위를 이용해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한 범죄자'라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보면 2020년 11월 대선에서 패배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부정 선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법무부 당국자들을 불러 '수사를 개시하라'고 압박했다는 혐의가 통째로 삭제됐다. 대통령이 연방 관리들과 논의한 것 자체는 공적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모자로 함께 기소됐던 법무부 시민국장 출신 제프리 클라크의 이름도 공소장에서 빠졌다.
그러나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에게 '조 바이든 당선'으로 끝난 대선 결과를 인증하지 말라고 수차례 종용한 혐의는 살아남았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가짜 뉴스를 퍼트리고 대선 이듬해 1월 극렬 지지자들의 '1·6 의사당 폭동'을 선동했다는 혐의 등도 그대로 유지됐다.
이번 공소장 변경은 지난달 연방대법원이 '절대적 면책특권이 인정되는' 대통령의 공적 행위와, '형사소추 대상이 되는' 비공식 행위를 구분해 오라고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스미스 특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이행하려는 노력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사퇴 등에 가렸던 사법리스크, 재점화?
어차피 1심 법원 선고도 대선 전 불가능한 만큼, 관심사는 '새 공소장 제출' 사실만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레이스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다. CNN은 "트럼프의 범죄 혐의와 독재 야망에 대한 문제를 유권자들에게 상기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TV 토론 참패 및 사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으로의 민주당 후보 교체,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 사건 등으로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트럼프 사법 리스크'가 대선 2개월여를 앞두고 되살아날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죽은 마녀사냥을 부활시키려는 필사적 노력"이라며 "이전 기소에 문제가 있으니 (새 공소장 역시) 즉시 기각돼야 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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