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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베테랑도 이사회 손절... 무너지는 '왕년의 제왕' 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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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베테랑도 이사회 손절... 무너지는 '왕년의 제왕' 인텔

입력
2024.08.28 15:22
수정
2024.08.28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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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전환·대량해고·ARM 지분 매각...
"인텔 50년 역사상 가장 암울한 시기"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 로이터 연합뉴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 이사회의 핵심 멤버였던 립부 탠 이사가 최근 사임했다. 탠은 미국의 유명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회사인 케이던스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인사로, 인텔은 2021년 파운드리(위탁 생산) 사업 재진출 후 빠른 도약을 위해 그를 영입했다. 탠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언론 보도를 통해 사임 사실이 알려지자 "개인적 결정"이라고 밝혔으나, 내부 갈등 끝에 회사를 떠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7일 세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탠의 갑작스런 사임은 인텔의 부풀려진 인력과 위험 회피적 문화, 뒤떨어진 인공지능(AI) 전략을 두고 최고경영자(CEO) 팻 겔싱어 등과의 의견 불일치 탓에 이뤄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업계 베테랑으로 꼽히는 탠의 이사회 이탈 과정은 인텔이 처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컴퓨터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을 장악하며 한때 반도체 업계를 호령했던 인텔은 과거의 영광에 안주한 채 모바일·AI 시대 적응에 잇따라 실패하며 이제는 존립 위기에 내몰린 상태다. 그나마 지켜 오던 CPU 시장에서도 AMD에 따라잡힐 처지이고,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아직 대만 TSMC, 삼성전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탠은 이사회를 떠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인텔이 50년 역사상 가장 암울한 시기를 맞고 있다."

인텔 로고가 새겨져 있는 칩. 로이터 연합뉴스

인텔 로고가 새겨져 있는 칩. 로이터 연합뉴스

인텔의 위기는 실패가 누적된 결과지만 최근 들어 한꺼번에 표면화했다. 지난 1일 인텔은 올 2분기에 16억1,000만 달러(약 2조1,52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작년 2분기 14억 달러(약 1조8,752억 원)대 흑자를 낸 데에서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실적 악화 여파로 전체 직원의 15%에 해당하는 1만5,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보유하고 있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업계 선두주자 ARM의 지분도 전량 매각(1억4,700만 달러 규모로 추정)했다. 올해 반도체 업황이 전반적으로 살아나고 있음에도 인텔 주가는 연초 대비 58% 넘게 폭락한 상태다.

로이터는 "인텔의 인력(약 12만5,000명)은 엔비디아와 대만 TSMC의 인력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며 전직 인텔 임원들을 인용해 "(이처럼 방대한 조직이) '편집증 환자만이 살아남는다'는 공동 창립자 앤디 그로브의 정신과는 거리가 먼, 안주하고 경쟁력 없는 문화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텔의 부활은 그나마 가능성이 엿보이는 파운드리 사업에서의 성과에 달렸다면서도 "그러나 인텔은 파운드리 주요 고객을 공개하지 않았고, 2027년까지는 수익을 낼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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