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군인 폭행 혐의로 검찰 기소 하루 전
지역구 오데사 국경 접한 몰도바 무단 출국
우크라이나 현직 의원이 여러 건의 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국경을 넘어 해외 도주를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의원의 폭행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선포된 계엄령 때문에 성인 남성의 출국이 극도로 제한된 상황에서 어떻게 출국이 가능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거세다.
우크라 수사 당국 "검찰 기소 전 몰도바 출국"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가수사국(DBR) 발표 및 키이우인디펜던트 등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우크라이나 의회(베르코우나 라다)의 아르템 드미트루크(32) 의원은 지난 24일 자신의 지역구가 속한 오데사주(州)에서 국경을 접한 몰도바로 무단 출국했다. 이후 몰도바 수도 키시나우에서 이탈리아 로마행 비행기에 탑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 무소속으로 당선된 드미트루크는 여당(인민의 종)에 합류했다가 출당 조치를 당한 뒤, 친(親)러시아 행보를 보여 왔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정교회 활동을 금지한 정부 및 여당에 반기를 들기도 했다.
DBR에 따르면 드미트루크의 출국은 폭행 사건에 대한 검찰 기소를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 오데사에서 경찰관에게 폭력을 가하고 무기를 훔치려 했으며, 수도 키이우에서도 말다툼을 하던 군인의 머리를 수차례 때린 게 드미트루크의 혐의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서 스스로를 '오데사 프로복싱연맹 회장'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각종 무술에 능하다.
누가 도주 도왔나... 젤렌스키 "빨리 대책 마련을"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주목하는 건 '드미트루크는 어떻게 국경을 넘을 수 있었나'라는 문제다. 전쟁 국면인 지금, '잠재적 병력'인 18~60세 남성의 출국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의원의 경우 국회의장 허가하에 출국이 가능하지만, 드미트루크는 허가를 받지도 않았다. 따라서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그는 국경 지대에서 신원 확인 후 출국을 거부당했어야 하는데, 관계 당국에는 그러한 기록도 남아 있지 않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조력자'가 있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드미트루크의 출국(해외 도망)을 도운 것으로 의심되는 국경 관계자들이 조사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데사 주거지, 그가 묵었던 키이우의 호텔에 대한 수색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는 허술한 국경 관리의 대책 마련에도 착수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6일 DBR뿐 아니라, 내무부와 보안국(SBU) 등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주재하면서 "긴급한 문제 해결을 위한 명확한 계획을 2주 안에 수립하고 제시하라"고 지시했다. 의회 윤리위원회는 드미트루크의 폭행 및 불법 출국 등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오는 대로 그를 제명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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