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8일은 학부모의 민원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이후 1년이 되는 날이었다. 교사 사망 이후 사회적 공분과 함께 교권 침해 및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이에 정부 및 정치권을 중심으로 교육5법(교원지위법,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등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호하려는 후속 조처가 이루어졌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추가적인 법 개정과 함께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 국민은 교권 침해 및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지난 7월 26~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교권 침해 및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교권침해 많은 학교급 : 초등 (40%)> 중등(26%) > 고등(19%)
전체 응답자의 78%는 우리나라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에서의 교권 침해를 심각하게 인식한다. 교권 침해의 원인으로 응답자의 절반은 학부모의 내 자녀 중심주의(50%)를 답했으며, 이어서 학생들에 대한 기본소양 및 인성교육 미흡(14%),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 미비(10%), 학생 인권의 강조 및 강화(10%) 순이다. 교권 침해의 주요 원인으로 학부모가 우선으로 꼽히고 있는데, 교사의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주체로 학부모 등 학생의 보호자(71%) 응답이 가장 높은 점과 맥락을 같이한다.
교권 침해가 많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학교급으로는 초등학교(40%), 중학교(26%), 고등학교(19%) 순이다. 초등학교가 다른 학교급 대비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한 학부모의 개입이 많은 시기로, 학부모와 교사와의 접촉 빈도가 상대적으로 잦은 시기로 인식되는 점과 초등학교에서의 교권 침해 사례가 사회 이슈화된 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학교에서 교사의 교권은 보호받고 있지 않다(73%)는 응답이 보호받고 있다(22%) 대비 3배 이상 높을 정도로 학교 현장에서 교권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높다. 이와는 상반되게, 학교에서 학생의 인권은 보호받고 있다(69%)는 응답이 보호받고 있지 않다(26%) 대비 3배 가까이 높다. 학교에서 학생의 인권 보호와 교사의 교권 보호에 대한 응답이 반대 양상으로, 학교 현장에서 학생의 인권이 보호받고 있는 만큼 교사의 교권은 보호받고 있지 못하다는 현실 인식을 읽을 수 있다.
학생 인권과 교사 교권의 관계와 관련해 학교에서 학생 인권이 강조되면 교권이 약화된다(60%)는 응답이 학교에서 학생 인권이 강조되더라도 교권은 약화되지 않는다(30%) 대비 2배 높다. 학교에서 학생 인권이 강조되면 교사 교권은 약화되는, 학생 인권과 교권 간의 반비례 관계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다.
교권 침해가 교사의 학생들에 대한 소극적인 생활지도(77%), 교사의 교직에 대한 불안 및 불만(76%), 교사의 수업집중도 하락으로 학생의 학습권 침해(72%), 우수 인재의 교직 지원 감소(72%)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모두 70%를 넘어선다. 교권 침해가 교사의 교직에 대한 불안 및 불만이라는 개인적인 차원만이 아닌, 학교 차원에서 학생들에 대한 학업 및 생활지도의 부실화,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 우수 인재의 교직 지원 감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읽을 수 있다.
한편, 앞으로 교사의 사회적 지위에 대해 현재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4%이며, 현재와 비슷은 52%, 현재보다 낮아질 것은 39%이다. 특히, 교직을 전공하고 교직에 입문할 세대인 20대 응답자의 절반 이상(56%)이 교사의 사회적 지위가 낮아질 것이라 답한 결과는 우수 인재의 교직 유입과 관련하여 고민할 지점이다.
학교 차원 교육활동 보호 대책 1순위는 '악성 민원 학부모 제재 및 처벌 강화'
정부 및 교육청에서 현재 준비 및 실행 중인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 대책들의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질문한 결과, 교권 침해 입은 교사를 위한 법률 지원(76%)과 심리 및 의료지원(74%), 정당한 이유 없이 교사의 직위해제 처분 금지(70%), 교육활동 방해 학생을 교실로부터 분리 지도(70%) 방안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응답이 70% 이상이다. 이어서 학교 내 민원대응팀 및 민원면담실 운영(69%), 교사의 침해 신고와 함께 상담, 지원을 제공받을 수 있는 교권 침해 직통번호 운영(69%), 학부모 및 외부인 학교출입 관리 강화(67%), 교육활동을 침해한 학생의 보호자 사과 및 재발 방지 서약 조치(63%),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 시, 교육감의 수사기관 의견서 제출(61%)이 60% 이상이며,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학부모 교육 강화(58%)도 절반 이상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 본다.
현재 준비 및 실행 중인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대책들에 대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긍정 응답 비율이 전반적으로 높다. 특히, 교권 침해 입은 교사를 위한 법률, 심리·의료 지원과 같은 교사 대상의 보호 대책과 직위해제 금지 및 문제 학생 교실 분리 등 교사의 권한 보장 관련 대책의 효과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볼 수 있다.
학교 차원에서 중요한 교육활동 보호 방안으로 악성 민원 학부모에 대한 제재 및 처벌 강화(32%) 응답이 가장 높았고, 이어서 학생과 교사의 권리와 책임의 균형 보장(18%), 교권 침해 입은 교사에 대한 보호 및 지원 강화(13%), 수업 방해 등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문제 학생에 대한 교실 분리 조치(13%), 교사 개인이 아닌 학교 단위의 민원 응대 체계 구축(12%) 순이었다. 학교 차원에서 악성 민원 학부모에 대한 대응 및 제재 강화를 1순위로 꼽았는데, 교권 침해의 주체로 학부모 응답이, 교권 침해의 원인으로 학부모의 내 자녀 중심주의가 가장 높은 점과 연관됨을 읽을 수 있다.
교육 생태계 측면에서 효과적인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 대책으로 교권 침해 대응 및 제재 강화 등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법제화 및 제도 보완(31%)이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학생들에 대한 기본소양 및 인성교육(16%), 공교육 시스템 개선 및 강화(13%), 교육활동 보호에 대한 학부모 인식 제고(12%), 교육 당국의 적극적 개입 및 지원(10%), 학교 차원의 책무성 강화(8%) 순이었다.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학부모 및 학생 대상의 교육 및 인식 제고보다는 교사의 권한 보장 및 보호 등 교권 보호와 관련된 법령의 개정 및 제도 개선 등 법·제도적 접근의 효과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는 현재 학교에서 학생의 인권만큼 교사의 교권이 보호받고 있지 않음과 교권 침해의 심각성에 대한 높은 인식을 보여준다. 또한 교권 침해가 교사 개인만이 아닌, 학교 및 사회적 차원에 이르기까지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도 보여주고 있다.
교사는 교육 생태계를 구성하는 중심 요인 중 하나로서, 교사의 교육활동이 보장될 때 공교육이 제자리를 잡아갈 수 있다. 이에 현재 교권 보호를 위해 준비 및 실행 중인 대책들의 실효성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 실질적인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관련 법률 및 제도 보완, 학부모와 학생의 인식 제고, 교육당국 및 학교의 책무 및 역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